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두 번째 시도 만에 국회에서 가결되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강공’ 전략이 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당분간 이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법원을 설득하기 위한 전략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국회에서 단 ‘1표 차’로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됐다. 체포동의안 가결 요건은 출석 의원 과반(148명)으로 이번 표결에서는 찬성표가 가결 정족수보다 1명 많았다. 올해 2월 27일 1차 구속영장 체포동의안 표결에서는 찬성 139명, 반대 138명으로 부결된 바 있다.
표결에 앞서 한 장관은 체포동의요청 이유 설명 도중에 이 대표에 대해 맹공을 퍼부었다. 설명 도중 민주당 의원들이 큰소리로 항의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설명을 이어나간 모습이 표결에 영향을 끼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 장관은 “대장동과 위례, 그리고 오늘의 백현동 사업 비리까지 모두 이 대표가 약 8년간 성남시장에 있던 시절 잇따라 발생한 대형 개발 비리 사건들”이라며 “지방자치 권력을 남용해 자신의 측근들이나 유착된 민관 업체에 특혜를 제공하고 천문학적 이익을 주는 범행의 방식이 대동소이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위 실무자들에 대한 책임 전가 등 행태와 허위 증거 제출 등의 대응 방식도 매우 유사하며 이런 갖가지 사법 방해 행위들의 최대 수혜자는 이 대표”이라며 “한 번은 우연일 수 있지만 이 대표의 범죄행위들은 동일한 것과 사법 방해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이런 범죄 혐의들의 정점이자 최대 수혜자인 이 대표를 빼고 실무자급만 모두 구속돼 있는 것도 형평에 맞지 않다”며 “대규모 비리 혐의 정점은 이 대표이고 이 대표가 빠지면 이미 구속된 실무자들의 범죄 사실은 성립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구조”라고 작심 발언을 내놓았다.
이 같은 한 장관의 발언 도중 친명계 민주당 의원들이 고성을 지르며 항의해 의사 진행이 잠시 중단되는 소동도 일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아직 확정되지도 않은 범죄 혐의 내용을 너무 자세하게 말해 피의 사실 공표죄가 될 수 있다” “한 장관, 여기가 재판정도 아닌데 법정 가서 얘기하라” 등의 항의를 쏟아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발언권 없이 의석에서 소리 지르는 행위 제발 좀 그만해달라”며 “한 장관도 피의 사실 공표로 이어질 수 있으니 요약해서 설명해달라”고 중재했다. 한 장관은 “국무위원으로서 이 대표의 범죄 혐의를 국민들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며 “이를 방해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겠고 계속 설명하겠다”고 꿋꿋하게 발언을 이어나갔다.
이 대표의 운명이 단 한 표 차로 결정되면서 일각에서는 ‘한 장관의 발언이 이 대표 표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 혹은 ‘일부 친명계 의원들의 이 같은 행각으로 인해 내부에서도 가결 의견을 낸 것 아니냐’ 등의 분석이 나온다.
한 장관은 이날 이 대표 체포동의안 투표와 개표가 끝난 뒤 기자들이 ‘민주당 의원들이 이 대표를 잡범에 비유하는 한 장관이 잡스럽다고 비판하는 것을 어떻게 보느냐’고 묻자 “내가 이 대표를 잡범이라고 말한 적은 없다”며 “이 대표는 잡범이 아니다. 중대 범죄 혐의가 많은 중대 범죄 혐의자”라고 밝혔다.
그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는 “그것에 의미를 부여할 만한 위치에 있지 않다”며 “최선을 다해 (혐의를) 설명하려고 한 것이었다는 정도”라고 답했다. 그는 이 대표가 전날 사실상 ‘부결 요청’ 메시지를 낸 것이 가결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냐는 물음에도 “그 판단은 내가 할 문제가 아니다”라고만 했다.
그는 검찰이 회기 중 이 대표 구속영장을 청구한 데 대해 “검찰이 수사 일정에 따라 진행해온 것”이라며 “수사 진행 과정에서 수원에서 있던 재판의 특수한 상황들이 검찰의 책임이라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법원은 국회로부터 체포동의의결서가 도착하는 데로 구속영장심사 일정을 정할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추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철저하게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