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승으로 수요자들이 기축 아파트로 눈을 돌리면서 서울 아파트 전세·매매가격이 20주 연속 상승했다. 수도권 곳곳에서 매매와 전세가격 신고가 거래가 체결되며 하반기 ‘역전세난’ 우려는 자취를 감추는 모양새다. 정부가 추석 전에 발표할 주택 공급 대책의 내용에 따라 분위기가 어떻게 달라질지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21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9월 3주(18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10%로 지난주(0.09%) 대비 상승 폭이 확대됐다. 서울은 지난주 0.13%에서 0.12%로 상승 폭이 줄었으나 같은 기간 경기는 0.18%에서 0.21%, 인천은 0.07%에서 0.11% 등으로 상승 폭이 커졌다. 이에 따라 수도권 전체 아파트 값은 0.15%에서 0.17%로 오름폭이 확대됐다.
전세가격이 매매가격보다 더 큰 폭으로 뛰었다.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이번 주 0.13% 올라 전주 대비 상승 폭을 키웠다. 서울은 지난주 0.17%에서 0.2%, 경기는 0.25%에서 0.28%, 인천은 0.14%에서 0.18% 등으로 모두 올랐다. 이에 따라 수도권은 지난주 0.21%에서 0.24%로 오름폭이 커졌다. 지방도 같은 기간 0.01%에서 0.03%로 확대됐다. 전세가격이 꾸준히 상승하면서 올 하반기 주택 시장의 리스크로 꼽혔던 역전세난 우려가 완화되는 모양새다. 전세가격이 오르자 전세를 끼고 매매에 나서는 갭투자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서도 이 같은 징후가 확인됐다. 지난달 입주를 시작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2990가구) 전용 101㎡ 전세가 이달 10일 27억 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썼다. 직전 거래 가격은 불과 두 달 전의 19억 원으로 8억 원이나 올랐다. 통상 대단지 입주장이 시작되면 전세가격이 한동안 약세를 보인다는 통념을 깨고 실거래가와 호가가 오르고 있는 것이다.
매매와 전세가격이 고점을 찍었던 2021년보다 더 높은 가격에 전세 계약이 체결된 곳도 있다. 용산구 한남동 힐탑트레져 1동 182㎡ 전세는 지난달 23일 26억 원에 신고가 거래됐는데 직전 최고가인 22억 원(2021년 5월)보다 4억 원가량 높았다. 인근 이촌동 동부센트레빌 101㎡ 전세도 지난달 30일 10억 원에 신고가 거래됐다. 2021년 10월 거래 가격인 7억 3500만 원을 웃도는 가격이다.
하반기 역전세난 우려가 가장 컸던 서울은 최근 전세가격이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며 이 같은 우려가 거의 사라졌다. 이날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18일 기준)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0.20%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주 상승률(0.17%) 대비 0.03%포인트 상승 폭이 확대됐다. 올해 최고 상승률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이 지난주 0.13%에서 이번 주 0.12%로 소폭 줄어든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전세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향후 중장기 공급 물량 감소를 꼽는다. 심상찮은 분위기를 감지한 정부가 부랴부랴 추석 전에 공급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지만 오름세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정부의 공급 대책은 중장기 대책이기 때문에 현재 집값의 변수가 되기는 어렵다”며 “다만 다주택자 규제 완화 시 매물 증가에 따른 매매가격 안정 효과는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세가격이 하방을 받쳐주자 매매가격도 상승을 지속하고 있다. 서울(0.12%)의 경우 강남(0.20%→0.16%), 서초(0.20%→0.16%), 강동(0.21%→0.18%) 등 다른 강남권 지역들은 상승 폭이 소폭 줄었다. 반면 성동(0.19%→0.20%), 동대문(0.16%→0.20%), 성북(0.14%→0.16%), 은평(0.09%→0.12%) 등 뒤늦게 상승세가 시작된 지역은 오름세가 이어졌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서울은 주거 환경이 양호한 선호 단지 위주로 수요가 증가해 가격이 상승했으며 주요 지역 내 개발 호재가 있는 단지 위주로 매수 문의가 증가하고 상승 거래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경기(0.21%)는 전주(0.18%)보다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화성(0.46%), 과천(0.43%), 성남 수정(0.43%), 하남(0.42%) 등 정주 여건이 양호한 지역이 경기 전체의 상승세를 견인했다. 신고가 거래도 쏟아졌다. 과천시 원문동 ‘과천위버필드’ 전용 99㎡는 23억 6000만 원에 신고가 거래됐다. 올 4월 같은 면적이 20억 원에 거래됐는데 5개월 만에 3억 원이 올랐다.
경기 전세는 0.28% 뛰며 전주(0.25%)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하남(0.78%), 화성(0.70%), 안산 단원(0.50%), 부천(0.38%) 등 정주 여건이 양호한 지역 위주로 상승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올해 6000가구의 새 아파트가 입주하는 강남권 전세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며 “그만큼 서울·강남과 가까운 경기도의 전세 수요가 뒷받침되고 있고 매매가격이 전세가격을 지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매매 대신 전세, 월세 대신 전세를 선택하는 수요가 전세가격을 버티게 하고 있어 역전세난 우려는 거의 없어졌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