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국내 제약 업계 매출 1위를 향해 뛰겠습니다. 실적이라는 ‘숫자’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장두현(사진) 보령(003850) 대표는 21일 서울 종로구 보령 대표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CJ그룹에서 경영전략, 해외사업 등을 담당했던 ‘기획통’인 장 대표는 2014년 보령에 전략기획실장으로 합류했다. 그는 2021년 만 45세의 나이로 보령 대표에 오르며 제약업계에서 ‘파격 인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장 대표가 공식 인터뷰에 나선 것은 서울경제신문이 처음이다.
장 대표 합류 당시 보령은 연 매출 3000억 원, 제약 업계에서 매출 규모로 10위 정도였다. 보령은 올해 연 매출 8500억 원, 내년 1조 원을 바라보고 있다. 장 대표는 특히 대표 취임 이후 지난 3년간 매년 16% 이상의 압도적인 성장으로 제약 업계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장 대표는 “흔히 ‘아는 것이 힘’이라고 말하지만 ‘하는 것이 힘’이다”라며 “1등 제약사를 향한 경영 전략을 실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장 대표의 공격적인 사업 확장의 핵심에는 ‘자가 제품 확보’라는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 보령은 국산 제15호 신약인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성분명 피마사르탄)’를 보유하고 있다. 보령은 카나브의 적응증을 확대하고 복합제를 출시하는 ‘그레이트 카나브’ 전략에 주력하고 있다. 카나브는 지난해 국산 신약 중 원외 처방실적 1위를 달성했다. 카나브는 3년 이내 20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령의 전략은 실제 글로벌 시장에서도 수익성 강화를 위한 핵심 전략으로 꼽힌다.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제품을 확보하는 ‘LBA(Legacy Brand Acqusition)’도 수익성 강화를 위한 또 다른 핵심 전략이다. 보령은 LBA를 통해 항암제 뿐만 아니라 조현병 치료제 ‘자이프렉사(성분명 올란자핀)’를 인수하며 중추신경계(CNS)까지 제품 라인업을 넓히고 있다. 장 대표는 “자가 제품을 확보하게 되면 수익성 자체가 다르다”며 “재투자를 통해 외형 성장을 이룰 발판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품을 확보했다고 곧바로 매출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실적을 내기 위해서는 결국 판매가 이뤄져야 한다. 판매가 이뤄지려면 구성원의 목표를 향한 확실한 동기부여가 있어야만 한다는 게 장 대표의 경영 철학이다. 장 대표는 “위에 군림해서는 1500명의 임직원을 움직일 수 없다”며 “대표로서 구성원의 길을 터주기 위해 낮은 자세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명확한 목표 제시와 함께 확실한 모티베이션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가 제품 확보를 통한 수익성 강화는 장 대표에게 ‘베이비 스텝’일 뿐이다. 본인을 ‘현실적인 사람’이라고 수 차례 강조한 장 대표는 ‘빅 스텝’을 넘어 ‘그레이트 스텝’도 준비하고 있다. 안정적인 현금 창출 능력을 갖춘 다음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가장 먼저 보령의 주력 제품들을 해외에 직접 유통할 방침이다. 다만 그는 “국내에서 조차 1등을 할 수 없는데 해외에서 무언가를 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보령의 규모와 기초 체력을 키운 이후 본격적인 혁신 작업에 나설 방침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바탕으로 신약 개발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카나브 다음의 혁신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개발(R&D) 역량도 강화하고 있다. 보령은 지난 6월 임종래 R&D 부문장을 영입하며 R&D 부문을 신설했다. R&D 부문은 신약연구센터와 함께 신약 개발에 협력한다. 장 대표는 “김정균 보령 이사회 의장의 미래 지향적 투자와 함께 보령의 혁신을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