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충남 보령에 위치한 HD현대(267250)사이트솔루션의 성능 시험장. 실제 공사 현장을 방불케 하는 야외 시험장에 도착하자 폭우 속에서도 쉴 새 없이 흙과 자갈을 나르는 굴착기와 불도저가 눈에 띄었다. 특이점은 두 기계 모두 사람이 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작업자가 없지만 사물을 정확한 위치로 옮기는 것은 물론, 사람이 다가가자 저절로 멈추며 안전거리도 확보했다.
이동욱 HD현대사이트솔루션 사장은 “기술력으로는 글로벌 기업과 비교해도 자신 있다”며 “네옴시티에서도 (도입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날 기자가 마주한 굴착기와 불도저에는 무인·자동화 기술을 활용한 종합 관제 시스템인 ‘콘셉트엑스2’가 적용됐다. 드론을 통해 얻은 지형 데이터를 3차원(3D) 형태로 산출해 작업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무인 장비에 지시하는 방식이다. 특히 숙련된 작업자들의 실제 동작을 분석한 데이터를 적용해 작업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굴착기에는 360도 회전이 가능한 ‘틸트로테이터’가 설치돼 복잡한 사면에서도 장비 위치를 이동하지 않고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었다. 또 이번에 굴착기에 이어 불도저도 ‘콘셉트엑스2’에 추가해 지형을 고르게 하는 작업도 무인화시켰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 관계자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도 솔루션에 활용하는 등 기술 고도화를 통해 2019년 처음으로 선보였던 ‘콘셉트엑스’에 비해 성능이 13%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단순 반복 작업에 그쳤던 무인 건설기계를 기술적으로 정교화한 것이다.
자동화 이외에도 원격제어를 통한 기계 설비 역시 성능 시험이 진행되고 있었다. 인근 원격 조종실에 들어서자 여러 대의 모니터와 게임기처럼 보이는 원격 조이스틱이 모습을 드러냈다. 기자가 조종석에 앉아 롤러 조이스틱을 움직이자 야외 시험장에 있는 굴착기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간단한 동작만으로 멀리 떨어진 건설기계를 안전하게 조작할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실제 이 기술을 통해 독일 뮌헨에서 8500㎞ 떨어진 인천의 굴착기를 원격 조종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다양한 실증과 연구를 통해 무인·자동화 건설 장비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다. 석산 지대인 보령을 시험장으로 선정한 것도 실제 공사 현장과 최대한 유사하게 조성해 개발 단계부터 장비 기능 및 내구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아직 상용화까지는 많은 단계가 남아 있지만 건설 현장에서 일할 사람이 줄고 안전 및 환경 문제가 대두되고 있기 때문에 미래에는 반드시 필요한 분야”라고 강조했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이 진행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무인 건설기계 장비를 도입할 경우 공사 원가 비용을 약 36% 절약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콘셉트엑스2’에 적용된 스마트 기술들을 2025년부터 제품에 적용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2025년 글로벌 톱5 건설기계 업체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글로벌 건설 시장 호황에 올 상반기에만 5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폭풍 성장하고 있다.
지속 성장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도 계속한다. 이 사장은 “회사 매출의 3.5%에서 4%를 지속적으로 R&D에 투자하겠다”고 전했다.
다만 무인 건설기계가 상용화되기까지는 많은 난관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특히 관련 법률의 부재가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김동목 HD현대사이트솔루션 수석연구원은 “무인 자동차의 상용화 등으로 건설기계에 들어가는 장치들의 가격은 앞으로 저렴해지기 때문에 상용화에 방해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무인 기계 사용 중의 사고 발생 시 처벌·보험 등을 누구를 기준으로 할 것인지와 같은 법제화가 선행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