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금리가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30년물 미국 장기국채에 투자하는 국내외 상장지수펀드(ETF)들이 줄줄이 연저점을 기록하고 있다. 서학개미들은 연내 금리 인하를 기대하며 올 들어서만 미국 장기채 ETF를 총 2조 원 넘게 사들였지만 고금리 기조가 예상보다 장기화하면서 평가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됐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ODEX 미국채울트라30년선물(H)’ ‘TIGER 미국채30년스트립액티브(합성H)’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 등 국내 상장된 미국 장기채 ETF 8종이 20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일제히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개인은 올 들어 22일까지 8종 ETF를 총 4280억 원어치 순매수했지만 모두 손실 구간에 접어들게 됐다.
해외 상장된 미국 장기채 ETF도 일제히 연저점을 기록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만기가 20년 이상 남은 미 국채 30년물에 투자하는 ETF인 '디렉시온 데일리 20+ 이어 트레저리 불 3X 셰어스(티커명 TMF)'는 21일(현지시간) 5.20달러(약 6950원)로 연저점을 기록했다. 연초(8.03달러)와 비교하면 35% 넘게 하락했다. TMF는 올 들어 이달 22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이 약 9억 2000만 달러(약 1조 2000억 원)어치를 순매수해 해외 주식 순매수 1위에 오른 종목이다.
국내 투자자 순매수 규모가 2억 4500만 달러(약 3284억 원)로 4위인 '아이셰어즈 20+ 이어 트레저리 본드(TLT)'와 2억 4300만 달러(약 3248억 원)로 5위인 '아이셰어즈 20+ 이어 트레저리 본드 바이라이트(TLTW)'도 각각 연초보다 18%, 10% 하락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21일 FOMC 정례회의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필요하다면 올 해 기준금리를 한 번 더 인상할 수 있다”고 밝혀 고금리 국면이 예상보다 길어질 것을 시사하자 미 국채 금리는 상승했다. 10년물 금리는 4.48%로 2007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국내 투자자들은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8월 초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해 미 국채 30년물 수익률이 4.1% 수준까지 올랐던 당시에도 TMF를 2억 달러 이상 추가로 순매수해 이른바 ‘물타기’를 한 바 있어 손실 규모는 종전보다도 커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전문가들은 현 시점에서 미 장기채 투자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장 금리가 빨리 인하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지금은 장기채 ETF를 사기에 좋은 때라고 보기 어렵다”며 “금리 변동에 따른 가격 변동이 장기물에 비해 적은 단기물 투자를 추천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