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김치찌개 3000원…'착한 가격'에 고물가 버틴다

착한가격업소 올 955개로 늘어

탕수육 1만원·커피 3500원 등

'가성비 맛집' 소문에 서민몰려

서울시 주방세제·집기류 등 제공

동작구선 업소당 70만원 지원도

내달 6일부터 캐시백 행사 실시





#서울시 성북구 정릉시장에 있는 ‘청년밥상문간’ 식당에 들어서면 입구부터 다양한 후기들이 담겨있는 포스트잇을 볼 수 있다. 이곳 메뉴는 김치찌개 뿐인데 가격은 불과 3000원. 게다가 밥은 무한리필이다. ‘가성비 맛집’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끼니 때마다 인산인해를 이룬다. 어려운 청년들에게 밥 한 끼 차려주겠다고 지난 2017년 문을 연 이 가게는 원가에도 미치지 않는 가격임에도 전혀 올릴 계획이 없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위치한 본솔커피는 2004년 문을 열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착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스위스 illy 원두를 사용해 풍미 가득한 커피를 제공하면서도 아메리카노 가격은 프랜차이즈 커피숍 보다 크게 저렴한 3500원이다. 포근한 카페 분위기는 덤이다. 본솔커피 대표는 매년 잊지 않고 모은 돈을 주민센터에 기부하고 있다.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후문 앞에 있는 ‘석기시대짜장마을’은 배달은 하지 않는 중국집이다. 탕수육 가격이 1만원으로 타 중국집에서 탕수육을 먹는 가격이면 자장면까지 먹을 수 있다. 자장면 가격도 4000원으로 웬만한 커피 가격보다 싸다.

이들 업소들의 공통점은 다른 업소보다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면서도 자신만의 개성으로 수 년 간 고객들과 신뢰를 쌓아왔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그리고 이들 모두 ‘착한가격업소’로 지정된 곳들이다.



24일 서울시에 따르면 착한가격업소들이 고물가 시대를 버티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속담이 무색하게 ‘맛’ 또 ‘서비스 질’이 전혀 빠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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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가격업소란 인건비와 재료비 등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원가절감 등을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업소를 뜻한다. 단, 가격·위생·공공성 등 행정안전부가 마련한 기준에 대해 일정 점수 이상을 충족시켜야 선정될 수 있다. 통상 업소가 신청하거나 시민이 추천하면 현지실사평가를 하고, 자치구가 지정여부를 심사해 결정한다. 지난 2011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물가는 계속 치솟아도 착한가격업소 수는 오히려 많아졌다. 지난 2018년 하반기 843개소에서 올 8월 기준 955개소로 늘었다. 지금 추세라면 연말이면 1000개소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업종 별로 보면 한식·중식·일식·양식 같은 외식업이 626개이며 미용업·세탁업·강습 등 개인서비스업도 329개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반기에 한번 일제 정비를 할 때 정기모집을 해왔는데 신규 모집 활성화를 위해 이제는 모집 기간에 관계 없이 자치구별로 수시로 신청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계청 분류 중 개인서비스요금에 해당하는 품목 관련 업종이 대상인데, 가맹사업법에 따른 가맹사업자(프랜차이즈)는 지정될 수 없다. 개별 업체 현황은 행안부 착한가격업소 사이트 또는 서울시 물가정보 사이트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소비자에게 저렴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서울시에서는 업소별로 희망하는 물품을 주거나 소규모 환경 개선 작업을 도와주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일례로 외식업은 쓰레기봉투와 주방세제를, 미용업은 미용장갑과 샴푸, 세탁업은 세탁비닐과 옷걸이를 제공해준다. 아울러 메뉴판, 적외선 소독기, 미용가위 등 집기류, 인증표찰 등을 지원하기도 한다. 기존에는 업종에 관계 없이 일괄적으로 쓰레기종량제 봉투와 방역물품을 니눠줬지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업종별로 지원물품을 다양화했다. 특히 인센티브 지원 규모는 지난해 업소당 연간 24만원에서 76만원으로 3배 이상 뛰었다. 서울시는 내년에도 올해 이상으로 지원 규모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자치구 차원에서 재량으로 지원액을 늘리기도 한다. 동작구의 경우 올해 업소당 70만원을 구비로 추가 편성해 총 146만원 상당으로 늘렸으며 소독, 청소 서비스와 종업원에 대한 고용·산재보험 지원까지 하고 있다.

서울시는 시민들이 더 많이 혜택을 보도록 다양한 이벤트도 병행하고 있다. 다음 달 6일까지 착한가격업소에서 서울페이+로 결제하면 5000원~1만원은 2000원, 1만원 이상은 5000원 캐시백을 제공한다. 단 한 사람당 한 번 뿐이다. 다음 달 10일까지는 신한카드를 쓰면 1만원 이상 결제 시 2000원 캐시백을 받는다. 또 업소를 대상으로는 서울시가 운영하는 공공배달서비스(서울배달플러스) 소속 6개 배달앱사에 신규 입점하는 100개 착한가격업소에 대해 10만 포인트를 지급한다. 이 포인트는 홍보비나 배달수수료로 사용이 가능하다.

이 외에도 서울 금천구는 주변의 숨어있는 착한가격업소 후보를 구에 추천하면 사은품을 지급하는 행사도 하고 있다.

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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