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의 삼중고로 동남권 경제의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글로벌 통화 긴축 등 글로벌 악재가 더해지면서 올 4분기에도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선 8기 2년 차에 들어선 부산과 울산, 경남 3개 시·도는 지역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첨단산업으로 산업 구조를 재편하는 것은 물론 굵직한 현안 문제를 풀어가며 경제살리기와 민생안정에 집중하고 있다. 여기에 혁신 성장을 위한 투자가 이어진다면 지역 경제에 순풍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부산시는 2030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가덕도신공항 조기 건설, 한국산업은행 부산 이전 등 굵직한 현안 추진 동력을 확보했다. 물류·금융·신산업·문화·관광 등 분야 별로 경쟁력도 강화하고 나섰다. 특히 시민행복 실현을 위한 15분도시 조성, 복지·돌봄 강화에도 시정역량을 집중한다.
엑스포 유치 결정 여부를 두 달여 가량 앞둔 부산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백병전으로 지지 선언국을 착실히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및 기업들과 역할 분담을 통해 실질적이고 중장기적인 협력 프로젝트를 토대로 국가별 맞춤형 교섭 활동을 펼쳐가는 방식이다.
엑스포가 가진 ‘교육·혁신·협력’이라는 핵심가치와 인류의 당면과제 대응을 위한 첨단기술을 전시하고, 미래비전을 제시한다는 목적성은 부산에서 가장 잘 구현할 수 있고 이미 실천하고 있다고 박형준 부산시장은 판단했다. ‘그린 스마트도시’라는 비전 아래 다양한 친환경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특히 박람회 개최지인 북항을 재개발해 진정한 친환경 에너지 도시로 거듭나고 있는 점이 대표 사례다. 기후변화에 선도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고민으로 북항 앞에서 UN해비타트와 함께 플로팅 아일랜드 부유식 인공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점도 강점 중에 하나로 꼽힌다. 박 시장은 부산의 미래를 위해 절박한 심정으로 유치 활동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울산시는 민선 8기 시작과 함께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시작으로 신규사업 유치와 입주기업 혜택을 늘리기 위해 산업단지 조성과 확대에 힘썼다. 그 결과 14조 원에 달하는 굵직한 투자가 이어졌다. 전기차 전용공장 설립을 결정한 현대자동차, 9조원대 석유화학 복합시설 건설(샤힌프로젝트)에 나선 에쓰오일, 이차전지 소재 생산공장 신·증설을 진행한 고려아연 등 16개 기업이 울산에 투자를 결정했다. 울산시는 투자유치에 머무르지 않고 이들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행정 전담팀’도 만들어 빠른 사업추진을 돕고 있다.
취임 1년이 지난 현재 김두겸 울산시장은 ‘분산에너지활성화 특별법’에 집중하고 있다. 내년 6월 시행을 앞두고 울산이 첫 특화지역으로 지정 받을 수 있게 모든 행정력을 쏟고 있다. 이 법안은, 공론화부터 법제화까지 울산이 주도했다.
울산은 지난 7월 제2의 반도체라 불리는 국가 첨단전략산업인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최종 지정됐다. 울산시는 이번 특화단지 지정을 발판 삼아 ‘글로벌 이차전지 중심도시’로 확실히 자리매김한다는 각오다.
아울러 전국 광역시 중 유일하게 지하철이 없는 울산에 세계 최초의 수소전기트램이 들어선다. 지난 8월 울산 도시철도 1호선 건설사업이 기획재정부 재정사업평가위원회의 타당성 재조사를 통과하고 마침내 사업 추진을 확정했다. 총사업비 3297억 원을 투입해 오는 2029년 개통 예정으로 사업이 진행된다. 울산시는 정주 여건 개선을 통해 상권을 살리는 것은 물론, 도심공동화 현상 해소와 인구 증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남도는 전국의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희망적인 경제지표들을 내 놓고 있다. 무역 수지는 지난해 10월 이후 계속 흑자를 이어가고 있으며, 고용률과 취업자 수도 1998년 통계작성 이래 최고를 기록했다. 특히 경남의 전략산업인 우주항공, 원전, 방위산업, 조선업과 자동차 산업 등이 성과를 내며 경남 경제를 견인하고 있다. 앞으로 K방산의 도약과 원전생태계 회복, 우주항공청 설치와 창원 방위·원자력 융합 국가산업단지 지정 등으로 경남의 산업경제 도약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우리나라의 방산 수출액이 수주 기준 173억 달러를 달성하면서, 경남의 방위산업은 수출전략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남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오션, 현대로템, KAI 등 굴지의 방산 기업들이 위치한 육해공 방위산업의 중심지로 국내 방산 수출을 이끌고 있다.
민선 8기 경남도는 기업과 투자유치를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파격적인 인센티브와 적극적인 유치 전략으로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인 6조 5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고, 올해는 8월말 기준으로 이미 6조 9000억원의 실적을 달성했다. 항공, 기계, 자동차 등 기존 주력산업의 지속적인 투자와 함께 고부가가치 관광, 미래자동차, 첨단 물류산업 분야의 투자유치 성과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광역지자체로서는 처음으로 투자유치 전문기관인 경남투자청이 진주에 개청했으며 투자유치단, 투자유치자문위원회가 한 팀이 되어 공격적인 투자유치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주력산업인 우주항공산업의 발전 계획도 크게 잡고 있다. 항공우주산업의 세계시장규모는 향후 10년 동안 우주산업 5배, 미래항공교통분야 200배로 폭발적 성장이 전망된다. 경남은 국내 우주항공산업의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도내에는 한국항공우주산업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비롯한 다수의 항공우주 전문기업이 들어와 있다. 특히 우주산업의 핵심 거점 역할을 수행할 우주산업 클러스터 위성특화지구를 추진하고 있으며, 지난 8월 예타면제도 확정됐다. 이와 함께 우주항공산업 발전의 새로운 전기가 될 우주항공청의 조속한 개청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