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일가족 5명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아내 A씨를 제외한 4명의 사인을 밝히기 위해 오늘 부검을 진행하는 한편, 이들이 채권·채무관계로 얽혀 갈등한 끝에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가족 간 구체적인 돈 거래 내역을 확인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아내 A씨는 생전 가족들과 지인 등에게 투자 명목으로 돈을 빌린 것을 포함해 수억 원대의 빚을 지고 있었고, 사기 혐의로 고소까지 당하면서 경찰 출석을 종용 받고 있던 상황이었다. A씨는 경찰과 소환 조사 일정을 조율하던 중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25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지난 23일 오전 7시 30분쯤 송파구 잠실동 소재 아파트에서 추락 신고 사건이 접수돼 변사자 A씨를 발견한 후 A씨의 행적과 유족 확인하는 과정에서 사망한 자녀를 발견했고, 유족을 찾기 위해 변사자 주거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A씨의 남편 등 변사자 3명이 추가로 확인됐다”면서 “A씨에 대해서는 지난 6월 고소가 접수됐고, (이후 출석하지 않아) 경찰 출석을 종용하던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지난 6월 사기 혐의로 고소당한 A씨가 경찰 조사 일정을 조율하던 중 숨졌다는 설명이다.
A씨는 평소 가족과 지인들에게도 투자를 명목으로 돈을 빌려 달라고 요청했던 것으로도 드러났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코인이나 주식은 아니고 사업을 하는 데 쓰겠다면서 (주변에) 돈을 빌린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A씨가 남편, 시누이 등과도 채무 관계로 얽혀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가족 전체가 전반적으로 생활고가 있었다고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A씨는 수개월 전부터 빚 독촉을 피해 딸과 함께 숙박업소 등을 전전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A씨가 사망한 이후, 경기 김포시 한 모텔에서는 A씨의 딸 시신이 발견됐다. 초등학생인 딸은 질식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A씨가 지난 22일 딸과 모텔에 투숙했다가 딸을 살해한 후 송파구 아파트로 가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같은 날, A씨의 시어머니와 남편, 시누이도 송파동의 한 빌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서는 A씨의 남편과 시누이가 쓴 유서 2통이 각각 발견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오 씨의 시어머니가 자식들에 의해 살해 당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부검 등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수사할 방침이다.
이들이 극단적 선택을 함께 모의했는지 등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남편 등 시댁 식구의 사망 사실을 몰랐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모르는 상태에서 본인이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구체적 사망 시점, 사망 전 연락 여부 등은 좀 더 확인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제 3의 인물이 개입해 이들을 살해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가족 사망에) 제3자가 개입한 정황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