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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계 노벨상' 치퍼필드 "건축물로 구현한 달항아리, 전 세계 문명 중 걸작이죠"

'프리츠커상' 건축가 치퍼필드 아모레퍼시픽 본사서 강연

건축물의 탄소 배출량 등 질문 필요

스페인선 친환경 건축 정책 참여도

도시개발, 투자보다 시민삶 중심을

아모레 용산사옥, 달항아리서 영감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공간 만들어

영국 출신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오른쪽)와 유현준 홍익대 교수가 25일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사옥에서 열린 특별강연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 제공=아모레퍼시픽영국 출신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오른쪽)와 유현준 홍익대 교수가 25일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사옥에서 열린 특별강연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 제공=아모레퍼시픽




“달항아리는 전 세계 문명 중 가장 특별한 걸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건축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Pritzker Architecture Prize)의 올해 수상자인 영국 출신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70·사진)는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본사에서 열린 특별 강연에서 달항아리의 특별함에 대해 “(항아리 속) 빈 공간이 사물의 모습을 결정짓는 엄청난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건물 안에서 이뤄지는 경험이 건물의 최종 형태를 정하는 것이 바로 건축의 정수”라며 “아모레퍼시픽 용산사옥이 이 같은 건축 철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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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신(新)베를린박물관과 미국 세인트루이스미술관, 일본 이나가와 묘지 예배당, BBC 스코틀랜드 사옥 등을 설계한 치퍼필드는 역사와 문화, 기후변화 문제 등을 건축물에 반영하는 건축가로 잘 알려져 있다. 달항아리에서 영감을 받고 한옥의 ‘중정’을 그대로 옮겨놓은 아모레퍼시픽 용산사옥도 그의 손을 거쳤다. 이날 특별 강연은 2018년 완공한 아모레퍼시픽 용산사옥 준공 5주년을 기념해 열렸으며 임직원과 일반인 총 400여 명이 강연을 듣기 위해 모였다.

건축 분야에서 가장 큰 권위를 지닌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데 대해 “내 작품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인정받아 기쁘다”며 강연의 문을 연 치퍼필드는 이날 건축물을 짓는 목적을 강조했다. 그는 “단순히 시각적으로 멋진 건물을 짓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구성원이 서로 교류하고 더 나아가 지역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게 큰 과제”라고 말했다. 예로 아모레퍼시픽 용산사옥은 타워형에서 벗어난 무게감 있는 저층 구조로, 지하에 박물관을 만들고 로비를 대중에 공개해 하나의 지역 커뮤니티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날 강연에 참석한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용산사옥은 도시 속 건축의 강한 책임과 역할 의식 속에 지어졌다”며 “모두에게 개방된 로비는 문화적 영감을 선사하는 마을이자 커뮤니티로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축가로서의 사회적 책임 의식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치퍼필드는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하며 설계의 영역도 점점 AI가 맡게 될 것”이라며 “이 가운데 건축가는 통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후위기는 곧 건축의 위기”라며 “건축물에서 어느 정도의 탄소가 배출되고 미래의 에너지 수요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등에 대해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페인 북부 프로젝트’를 예시로 들었다. 치퍼필드는 현재 인구 250만 명의 스페인 북부의 작은 도시에서도 일종의 친환경 건축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일반적인 건축사무소는 의뢰인을 기다리지만 스페인 사무소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먼저 건축을 제안한다”며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쓰레기 폐기 방법부터 교통 대응까지 고려한 건축물을 제안해 정책 앞단에 참여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도시는 투자 논리에 넘어가지 않고 시민에게 돌려주는 방향으로 개발돼야 한다”며 “쇼핑센터와 오피스, 명품 거리보다는 주택 공급을 우선순위로 두고 일반 시민들이 도시에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신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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