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력 에너지를 대체하고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차세대 에너지로 소형모듈원전(SMR)과 수소가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막대한 지원을 쏟아붓는 경쟁국과 달리 여전히 구시대적 규제와 시장 조성의 한계에 발목이 잡혔기 때문이다.
25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원자력국(NEA)이 전 세계 42개 SMR의 개발 및 보급 상황을 평가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개발한 ‘SMART’ 프로젝트는 총점 36점 만점에 20점을 받았다. NEA는 인허가, 부지, 자금 조달, 공급망, 지역 연계, 연료 수급 등 6개 분야의 평가 척도를 기준으로 SMR 개발 상황을 분석했다. 미국 1호의 SMR이 될 가능성이 높은 ‘VOYGR’ 프로젝트는 26점을 획득했고 러시아와 중국 프로젝트는 30점으로 가장 진행 속도가 빠른 것으로 평가받았다.
우리나라 SMART 프로젝트는 부지 확보와 지역 참여 부문에서 낮은 점수를 얻었다. 심형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SMR 시장 확대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부지”라며 “우리나라는 현재 30㎞ 이내에 방사선 비상계획 구역(EPZ)을 확보해야 하는 것으로 명시돼 있는데 SMR은 위험도가 훨씬 낮기 때문에 관련 안전 규제도 유연하게 바뀔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우리나라의 SMR 관련 규제 체계는 과거 1960~1970년대 원전 기술 기준으로 만들어져 전면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윤종일 KAIST 교수는 “SMR의 특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규제 혁신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SMR과 차세대 에너지 투톱으로 꼽히는 수소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수소법을 제정하고 각종 추진 전략을 발 빠르게 수립했지만 기술력은 여전히 선진국 대비 5년에서 7년가량 뒤처졌다. 경쟁국들이 앞다퉈 인센티브를 주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수소 관련 일부 예산이 축소되고 목표치도 낮추고 있다. 무역협회는 “연도별 세부 발전 계획 및 배경 설명 없이 장기 목표를 낮추는 것은 기업들에 부정적인 신호를 줘 장기적으로 수소시장 규모를 축소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심 교수는 “우리나라는 제조업이 강해 전력 소비량이 엄청나다”며 “탄소 중립으로 화력 에너지의 사용이 줄어드는 가운데 전력량과 비용을 감당하려면 SMR과 수소 등 차세대 에너지 개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