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그야말로 폭풍 전야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이어 프랑스판 IRA까지 나왔다. 탄소 배출량이 적은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지만 사실상 전기차 생산 시설을 자국에 유치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이를 통해 시장을 무차별 확대하고 있는 중국 전기차 업체를 견제하고 일자리 창출은 물론 자국 업체를 키우려는 의도가 녹아 있다. 우리 정부가 25일 내놓은 전기승용차 구매 국비보조금 확대 방안도 큰 틀에서 국내 전기차 지원에 방점이 찍혔다. 지원 대상에는 국산 차와 해외 차가 모두 포함돼 있지만 해외 차가 지원받을 수 있는 국비보조금 규모가 국산 차가 받을 수 있는 규모보다 현저히 작게 형성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일단 환경부 대책을 보면 자동차 제작사의 차량 할인 금액에 비례해 국비지원금을 차등적으로 제공하는 내용이 담겼다. 좀체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차량 할인과 보조금 지급 규모를 연동시켜 차량 구매를 유인하는 고육책으로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전기승용차 국비보조금은 ‘성능보조금(최대 500만 원)’에 인센티브를 더해 산정된다. 인센티브는 ‘보급목표이행금액(최대 140만 원)+충전인프라보조금(20만 원)+혁신기술보조금(20만 원)’에 ‘1+할인 금액(만 원)/900(만 원)’을 곱한 금액으로 결정된다. 차 값을 500만 원 할인하는 경우 100만 원의 보조금을 더 받을 수 있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국비보조금의 규모는 제작사의 할인 금액 규모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제작사가 할인을 더 많이 해줄수록 국비보조금이 늘어난다. 추가되는 보조금이 100만 원으로 보조금 총액은 기존 최대 680만 원에서 780만 원이 된다.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최대 금액의 국비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전기승용차가 국내산 차에 국한된다는 점이다.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 ‘코나 일렉트릭’, 기아 ‘EV6’ 등인데 보조금을 더 주는 혁신기술보조금이 현재로서는 현대차·기아 전기승용차에만 탑재된 ‘비히클 투 로드(V2L)’로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가 가정한 시나리오에 따르면 서울시 기준으로 기존 차량 가격이 5600만 원이고 680만 원의 국비보조금을 받고 있는 전기승용차의 가격을 제작사가 500만 원 할인할 경우 국비보조금이 100만 원 추가돼 총 780만 원의 국비보조금을 지원하게 된다. 차량 가격이 4600만 원이고 국비보조금이 660만 원인 전기승용차는 제작사가 200만 원을 할인할 경우 35만 원의 국비보조금이 추가돼 총 695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기업들도 정책에 맞춰 연말까지 전기차 특별 할인에 나섰다. 현대차의 아이오닉5를 구매하는 경우 400만 원의 구매 혜택(제조사 할인 320만 원, 전기차 충전 크레디트 80만 원)에 더해 정부 추가 보조금 80만 원을 추가로 공제받아 총 480만 원의 할인 혜택이 적용된다.
기아도 EV6 320만 원, 니로EV와 니로 플러스 120만 원의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EV6의 경우 추가 보조금 64만 원을 더해 총 384만 원, 니로 EV와 니로 플러스는 추가 보조금 24만 원을 더해 총 144만 원의 할인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해외산 전기차의 경우는 다르다. 가령 테슬라의 ‘모델 Y’는 5699만 원에 출시돼 이번 지원 대상인 기본 가격 5700만 원 미만에 속해 보조금 추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요건을 충족한다. 문제는 테슬라 차량이 ‘보급목표이행보조금’과 ‘혁신기술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는 데 있다. 따라서 ‘1+할인 금액(만 원)/900(만 원)’에 곱해지는 금액이 180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실제로 받을 수 있는 보조금의 규모가 대폭 줄어들게 된다. 현재 테슬라의 ‘모델 Y’는 서울시 기준으로 260만 원의 국비 보조금을 받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원 금액 산정 방식에 따라 해외 차가 더 적은 지원금을 받게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책에는 법인과 개인사업자가 구매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차량 대수를 ‘2년 내 1대’에서 ‘2년 내 여러 대’로 확대한 내용도 담겼다. 아울러 보조금 지급 대상에 시험·연구 목적의 전기차가 포함된 것도 눈에 띈다.
한 통상 전문가는 “전기차 보조금이 자국 기업 육성의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우리의 경우 세계시장을 상대로 차를 판매해야 하는 데다 대부분의 국가와 자유무역협정(FTA)도 체결해 통상 분쟁으로 비화될 소지도 차단해야 되는 만큼 정책 마련에 어려움이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