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기자의 눈] '조폭 트렌드' 못따라가는 法

정유민 사회부 기자





“돈 버는 방법이 달라졌으니 처벌도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요?”

최근 만난 한 강력계 형사는 조직폭력배들이 불법으로 수익을 올리는 수단이 달라졌지만 정작 처벌은 약해 아쉽다고 하소연했다. 과거 조폭이 술집을 중심으로 자릿세를 요구하며 갈취를 일삼았다면 요즘에는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 코인 사기 등으로 돈을 번다. 그리고 이렇게 불법적으로 번 돈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과시하며 세를 확장한다. 범죄 영화에 등장하던 계파끼리의 싸움도 없다. 서로 연대하고 돈이 되는 사업 정보를 공유하며 전국적으로 모인다. 음지에서 양지로, 수직 관계에서 수평 관계로. 조폭 트렌드도 달라졌다.



최근 검거된 고가의 미술품에 투자한 돈을 돌려받겠다며 갤러리 대표를 감금·협박한 일당도 온몸에 문신을 하고 일정한 직업이 없는데도 서울 강남의 고급 아파트에 살며 고가의 외제차를 탔다. 스스로를 영화 ‘넘버3’에서 주인공이 만든 조직 이름에서 따온 ‘불사파’로 칭하며 전국의 1983년생을 모아 모임을 결성했다.

관련기사



춘천에서는 1300억 원대의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운영해온 20대 일당이 덜미를 잡혔다. 이들 역시 도박 사이트 운영 수익금으로 고가의 외제차를 타고 다녔고 금고에는 현금 40억 원이 들어 있었다. 문신을 내보이며 위화감을 조성하고 다닌 것은 물론이다.

마약에 취한 채 운전하다 행인을 친 ‘롤스로이스남’과 주차 시비 중 흉기로 상대를 위협한 ‘람보르기니남’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조직 ‘MT5’도 상습 마약, 도박, 사기 의혹의 중심에 있다.

이들 ‘MZ 조폭’은 SNS에 당당히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며 급기야 미성년자까지 끌어들여 각종 범죄의 중심에 있는 ‘사회악’이 됐지만 문제는 이들을 처벌할 근거가 약하다는 점이다. 과거 조폭 조직처럼 위계질서가 뚜렷하지 않아 범죄단체조직죄나 폭력행위처벌법상 조폭으로 처벌하기가 쉽지 않다. 마약·도박·사기 등 각종 강력 범죄 여러 건에 얽혀 있어 수사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범죄 조직에 발을 들이는 나이가 어려진 만큼 이들이 사회에 뿌리내릴 시간도 늘어났다. 경찰은 신종 MZ 조폭에도 폭력행위처벌법상 단체 등의 구성·활동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범죄가 변한 만큼 하루빨리 형사처벌 체계도 달라져야 한다. 다시 ‘범죄와의 전쟁’에 나설 때다.


정유민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