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멀티플렉스 시장 1위 자리를 놓고 국내 메이저 업체간 경쟁이 거세진다. 기존 시장 1위 사업자이던 CJ CGV를 상대로 롯데시네마가 프리미엄 상영관을 필두로 1위 사업자 등극을 선언한 것이다. 국내에서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영화관 산업이 해외에서 빛을 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롯데시네마는 최근 공시를 통해 “베트남 1위 프리미엄 영화관 사업자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롯데시네마의 모회사 롯데쇼핑이 베트남을 주요 사업 거점으로 삼고 하노이 최대 쇼핑몰인 롯데몰 웨스트레이크를 개관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롯데시네마 웨스트레이크는 9개 상영관과 고급관 4개를 보유하고 있다. 오픈 후 50여일 동안 누적 입장객 7만 명을 기록했는데 이는 하노이 영화관 중 1위이며, 베트남 전국에서 2위다. 27일 롯데시네마의 한 관계자는 “경쟁사와 달리 국내와 동일한 서비스 수준을 제공 중”이라며 “일반 티켓의 3배 정도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샤롯데 등 고급관이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시네마의 2분기 베트남 매출은 전년 대비 15.2% 늘어난 123억 원, 영업이익은 17억 원이다. 국내 영화관 사업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시점에서 흑자를 내고 있는 베트남 시장의 중요도는 높을 수밖에 없다. 롯데시네마는 베트남에서 46개 지점, 211개 스크린을 운영 중이다. 롯데시네마는 베트남에서 지난해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2025년 경상이익 흑자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단독 추가 출점 계획은 없지만 계열사와의 동반 출점은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베트남 영화관 시장 1위 사업자는 CJ CGV다. CGV는 83개 극장, 483개 스크린을 현지에서 운영 중이다. 롯데시네마의 본격적 진출 전까지 유일한 특별관 운영 사업자였다. 올해 상반기 기준 CGV의 베트남 시장 점유율은 51%다. 지난해 2분기 베트남에서 392억 원의 매출과 42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CGV는 올해 2분기 매출 532억 원·영업이익 59억 원으로 성장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베트남의 영화 시장 회복세는 가파르다. 2분기 CGV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 2분기 대비 92%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경제성장이 빠른 지역인 만큼 앞으로의 성장세도 더욱 기대된다. 팬데믹 이전에는 할리우드 영화가 강세였다면 지금은 로컬 영화가 역대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오르는 등 영화 시장이 전체적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2019년 전체 매출 중 한국 영화의 비중이 4.9%였는데 지난해 12%까지 점유율이 오르며 한국 영화의 인기가 커지고 있다.
CGV는 자회사 V픽쳐스를 통해 향후 매년 베트남 로컬 영화 1~2편 제작에 참여하고, 베트남 전체 로컬 영화의 20% 수준까지 투자 규모도 늘릴 예정이다. 하반기 제작·투자 콘텐츠 6편이 개봉 예정이다. 한국 주요 배급·제작사와 직접 계약을 통해 베트남 내 한국 영화 개봉을 확대시킬 계획이다. CGV 측은 “기존에는 극장 신규 오픈 등 인프라 투자를 통해 확대를 견인했다면, 향후에는 영화 직접 투자를 통해 시장을 리딩한다는 전략”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별관을 확대하고 티켓 가격을 조정해 상영매출을 극대화하고, 광고단가 상향을 통해 수익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순천 기자 soon1000@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