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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르·아르메니아 분쟁지역 주민 '엑소더스'

1주새 12만명 중 2.8만명 피란

주유소 폭발사고로 125명 사망


아제르바이잔이 아르메니아와 영토 분쟁 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 일대를 장악한 후 이 지역을 떠나 본국으로 들어온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의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26일(현지 시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아르메니아 정부는 이날 오후 8시 기준으로 나고르노카라바흐를 떠나 자국에 입국한 아르메니아계 이민은 2만 8120명이라고 밝혔다. 나고르노카라바흐에 살고 있던 아르메니아계 주민 수가 12만 명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19일 아제르바이잔이 이 지역 아르메니아계 자치 세력과 무력 충돌을 벌여 사실상 통제권을 장악한 지 1주일 만에 전체 인구의 4분의 1 가까이가 삶의 근거지를 떠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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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은 소지품만 챙긴 채 트럭과 버스 등에 간신히 몸을 싣고 빠져나왔다고 주요 외신들은 전했다. 피란 과정에서 차량에 연료를 공급하던 한 주유소 연료 탱크까지 폭발했다. 폭발은 전날 나고르노카라바흐 중심 도시인 스테파나케르트 외곽의 한 주유소에서 일어났다. 연료 탱크가 폭발하면서 이주민들을 태운 채 연료를 넣으려던 차량에도 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은 이날 오후까지 이 사고에 따른 사망자 수가 125명에 이른다고 아르메니아 보건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나고르노카라바흐는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이 자치 세력을 형성하고 군대를 운영해온 지역이다. 국제적으로는 아제르바이잔 영토로 인정되기 때문에 이 지역을 통제하려는 아제르바이잔과 자치 세력 사이에서는 무력 충돌이 이어져왔다.

19일 아제르바이잔이 나고르노카라바흐 내 자치 세력 군사시설 등지를 포격하자 자치 세력은 휴전에 동의했다. 공습을 단행한 아제르바이잔에 자치 세력이 백기를 든 상황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제르바이잔은 자치 세력의 군대를 무장해제하되 현지 주민들의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제안을 하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은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지역 재통합’을 추진하겠다는 아제르바이잔의 계획이 사실상 아르메니아계 출신자들에 대한 보복·차별 등을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하며 아르메니아로 대거 입국하고 있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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