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가까이 이어져온 할리우드 방송·영화 작가 파업이 마무리 된다. 작가조합과 메이저 스튜디오들은 주요 쟁점이었던 인공지능(AI) 대본 활용에도 합의를 이뤘다. 장기간 멈춰있던 현지 콘텐츠 제작이 재개되는 한편, 외국 자본이 투입된 국산 콘텐츠 제작에도 활기가 붙을 전망이다.
26일(현지 시간) 미국작가조합(WGA)은 “조합 협상위원회와 동부·서부 이사회가 만장일치로 영화·TV 제작자연맹(AMPTP)과 합의를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5월 1일부터 시행된 할리우드 작가 조합원들은 27일 오전 0시 1분부터 일터에 복귀할 수 있다. AP통신 등은 “10월 2~9일 조합원 투표가 남아 있지만 이사회가 만장일치로 결정을 내렸고 조합 결속이 강해 무난히 가결될 것”이라며 “7월부터 진행 중인 할리우드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 파업 종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전망”이라고 했다.
파업 종료에 따라 미국에서는 그간 결방됐던 심야 토크쇼부터 제작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한국 콘텐츠 제작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할리우드에서도 활동하는 일부 한국 작가와 배우, 스텝들은 미국 협회에도 소속돼 있어 파업 도중 국내 콘텐츠 제작에 참여할 수 없었다.
WGA는 할리우드 작가 1만1500명이 소속된 조직으로 대형 콘텐츠 스튜디오에 맞서 잦은 힘겨루기를 벌여왔다. 이번 파업은 총 148일간 진행돼, 역대 최장이던 1988년의 154일에 이어 두번째로 길었다. CNN은 올해 파업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50억 달러(약 6조8000억 원)에 달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파업 주요 쟁점은 기본급과 스트리밍 재상영 분배금, AI 대본의 저작권 지급 등이었다. WGA와 AMPTP의 합의안에는 3년간 기본급을 매년 5%, 4%, 3.5%씩 인상하는 방안이 담겼다. 또 최소 3명의 작가 고용을 보장하고 스트리밍 재상영 시간에 따라 추가 분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더하여 작가들의 대본으로 학습한 AI가 작품에 부분적으로만 사용되더라도 원작 대본에 대한 보상을 지급하기로 했다.
작가들 입장에서는 AI 도입에 따른 일자리 감소라는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으나 저작권 수입은 얻을 수 있게 된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제작사들이 작가 대본을 AI 훈련에 이용할 권리를 보유하게 된 셈”이라며 “할리우드 대기업 경영진들은 TV·영화 대본을 기반으로 한 AI를 개발하기를 원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