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전에서 45년 만에 ‘노메달’ 수모를 당했던 남자 플뢰레 대표팀이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합작하며 명예 회복에 성공했다. 한국 펜싱의 금빛 찌르기 행진도 계속됐다.
이광현(30·화성시청)과 임철우(30·성북구청), 하태규(34·대전도시공사), 허준(35·광주시청)으로 구성된 남자 플뢰레 대표팀은 27일 중국 항저우 전자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을 45대38로 누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때 24년 만의 남자 플뢰레 단체전 우승을 달성했던 한국은 대회 2연패에 성공하며 아시아 최강임을 입증했다. 한국은 이날 8강전에서 대만을 45대29, 준결승에서 지난 대회 결승 상대였던 홍콩을 45대37로 제압한 데 이어 개최국 중국까지 꺾으면서 다시 한번 정상에 섰다.
한국 펜싱 중에서도 플뢰레는 선구적인 역할을 한 종목이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김영호가 한국 펜싱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남현희가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한국 여자 선수 첫 메달의 주인공이 되며 발전을 주도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플뢰레 남녀부 모두 이렇다 할 대표 선수가 나오지 않으며 국제 무대에서 성과를 크게 내지 못했다. 2021년에 열린 도쿄 올림픽에서는 남녀 사브르와 에페가 모두 단체전 메달권 진입에 성공한 사이 남녀 플뢰레는 단체전 출전권도 따지 못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남자 플뢰레 개인전에서 45년 만에 ‘노메달’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이광현은 대회 8강에서 홍콩의 라이언 초이에게 14대 15로 발목을 잡혔고, 동반 출전했던 임철우는 앞서 16강에서 대만의 전이둥에게 14대15로 패했다. 남자 플뢰레가 아시안게임 개인전에서 입상에 실패한 것은 1978년 방콕 대회 이후 45년 만이었다.
하지만 한국 남자 플뢰레 대표팀은 포기하지 않았다. 특히 결승 마지막 라운드에 나선 맏형 허준은 다리 통증으로 피스트에 앉아 휴식을 취하면서도 점수를 내리 뽑아내 한국에 금메달을 가져다줬다.
한편 한국 펜싱은 이번 대회에서 벌써 네 번째 금메달을 수확했다. 남자 사브르 개인전 오상욱, 여자 에페 개인전 최인정, 여자 사브르 윤지수가 앞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