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업체의 부동산 개발 업무를 맡아 대표로부터 수십억원을 받은 사실을 숨겼다가 적발돼 '세금 폭탄'을 받은 임원이 불복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김정중 부장판사)는 A씨가 서울 동작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종합소득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최근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는 2013~2020년 주택신축 판매업체 B사의 임원으로 근무했다. 이 업체 대표는 별도의 개인 사업체를 운영했는데, 세무조사 결과 해당 사업장이 2014∼2017년 컨설팅 수수료 등 명목으로 제3자에게 지급했다고 장부에 기록한 68억여원이 실은 B사와 관계사에 지급된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대부분인 약 65억원은 실은 A씨에게 전액 수표로 지급됐다. 이후 A씨는 100만원짜리 수표 1438장을 지인 28명의 통장에 나눠 입금해 며칠 내에 현금으로 인출한 뒤 전달받는 등 현금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A씨는 대표의 개인업체에서 자문료 1억원을 받았고 이 부분은 당국에 신고했지만 65억원은 신고하지 않았다. A씨는 개발사업부 소속으로 2010∼2017년 경기도와 서울 등지에서 부지 매입, 사업계획 승인, 용적률 상향, 아파트 분양가 심의와 분양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맡았다.
세무당국은 65억원을 '사례금'으로 규정해 2020년 4월 A씨에게 2014년분 종합소득세 3억7000만여원을 고지했다. 그러나 A씨는 "B사 대표의 개인 사업장으로부터 받은 돈은 사례금이 아니라 오랜 시간 쌓아온 전문적 경험과 지식을 이용해 용역을 수행한 대가"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과세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는 용역계약을 체결했다지만 계약서나 약정서가 없다"며 "지급된 돈이 상당한 고액임을 고려하면 문서 형태로 계약을 맺지 않은 것은 일반적인 상식에서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금액이 전액 수표로 지급됐는데 거래내역을 남기지 않는 방법으로 지급됐다는 점에서 통상의 용역대가와 양상이 다르다"며 "이는 일반적으로 소득세 탈루에서 많이 사용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