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 수사에 실패하면서 자연히 시선은 재판으로 쏠리고 있다. 검찰 측이 ‘기각 사유를 보고 수사 방향을 결정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2차례 신병 확보 시도가 무산된 만큼 보강 수사를 거쳐 이 대표를 재판에 넘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검찰이 기소할 경우, 이 대표는 향후 최소 3개 이상의 재판을 받아야 한다. 이 대표 측과 검찰 사이 ‘법리 전쟁’이 수사에서 재판으로 상황만 바뀔 뿐 계속될 수 있다는 얘기다. 재판 결과에 따라 양측 운명을 좌우하는 ‘진검 승부’가 법정에서 펼쳐질 수 있는 것이다.
◇‘정치적 고려 우려’…반발한 檢=1일 법조계에 따르면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지난달 26일 이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삼사)를 거쳐 17일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피의자의 장어권 보장 필요성 정도와 증거인멸 염려의 정도 등을 종합하면 피의자에 대한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배제할정도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따고 보기 어렵다”는 게 법원이 밝힌 기각 사유다. 다만 유 부장판사는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 대표의 혐의 가운데 일부는 소명되거나 일부 개입한 거승로 의심이 된다고 적시했다. 이는 검찰이 대장동 개발 의혹 등으로 이 대표를 겨냥한 지 2년여 만에 나온 법원의 첫 판단이다.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법원의 기각 결정에 즉각 반발했다. 검찰 측은 “단지 정당 대표 신분 때문에 증거 인멸이 없다고 적시한 건 사법에 정치적 고려가 있는 건 아닌지 우려가 있다”며 “법원의 영장 기각 결정은 검찰과 상당한 견해 차가 있어 수긍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기각 사유를 보고 수사 방향을 정한다”며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구속영장 청구를 위해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된 ‘쌍방울그룹 불법대북송금 의혹’ 사건은 보완 수사 차원에서 수원지검으로 재이송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청구’ 아닌 ‘기소’ 가능성↑…병합 경우 재판 장기화=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기보다는 조만간 기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보완 수사를 거쳐 재차 이 대표에 대한 신병 확보를 시도할 수 있다. 하지만 또 한 번 실패할 경우, 수사 신뢰성 추락은 물론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이 대표 쪼개기 후원·정자동 호텔 개발 특혜 의혹 등 수사 동력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검찰이 이 대표를 겨냥해 기획·조작 수사를 하고 있다’는 민주당 측 비판 의견에도 한층 힘만 실어줄 수 있다. 검찰이 세 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보다는 보완수사를 거쳐 이 대표를 기소하고, 향후 재판에 주력할 수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여기에 대장동 개발 특혜·성남FC 불법 후원금·백현동 개발 특혜·쌍방울그룹 불법대북송금 의혹 등까지 사건을 병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재판이 아직 초기 단계인데다, 사건 발생 시기나 지역이 유사하다는 이유에서다. 형사소송법 제200조(변론의 분리와 병합)에 따르면 법원은 필요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직권 또는 검사, 피고인이나 변호인의 신청에 의해 결정으로 변론을 분리하거나 병합할 수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법원은 직권 또는 검찰, 이 대표 측 요청에 따라 각종 의혹 사건을 하나의 재판으로 병합할 가능성도 있다”며 “혐의가 9개나 되는 만큼 병합되더라도 혹은 그대로 2개 재판이 진행되더라도 장기화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양측이 증거나 증언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점도 최소 재판이 3년 이상 지속될 수 있는 요인”며 “이 대표 측이 검찰 증거를 1%도 인정하지 않아, 재판에서는 이를 증명하려는 검찰과 반박하는 이 대표 측 사이 법정 다툼이 계속될 수 있는데다, 각 사건별로 참고인 등만도 수백명에 이를 수 있어 재판이 수년에 걸쳐 진행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각종 의혹이 하나의 재판으로 병합되던, 그대로 진행되건 최종 판결까지 오랜 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얘기다.
◇재판만 최소 2개…첫 결과는 공직선거법 위반=결국 이 대표에 대한 사법리스크가 현실화될 수 있는 ‘공’이 법원으로 넘어간 셈이다. 하지만 과정은 쉽지 않다. 이 대표 측·검찰이 각종 의혹을 둘러싸고 첨예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장동 개발특혜·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은 물론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허위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은 각각 오는 6일과 13일 열리는 등 이달 중 재개된다. 또 검찰은 이달 중 백현동 개발특혜·쌍방울그룹 불법대북송금 의혹 등도 보완 수사를 거쳐 이 대표를 기소할 수 있다. 이 대표가 3개 이상의 재판에 피고인으로 등장할 수 있다. 혹여 해당 의혹이 병합되더라도 이 대표는 2개 이상의 재판을 받아야 한다. 이미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등 재판의 경우 재판부가 일찌감치 주 2회 재판을 열겠다고 공언한 상황이다. 재판부는 당시 “사안이 특수한 만큼 주 2회 진행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호인 측의 업무 과중 호소에도 “미리 허가를 받거나 (공판에 이 대표가) 나왔다가 먼저 나가거나 그런 식으로 진행하겠다”고 못 박았다. 향후 백현동 개발특혜 의혹 등까지 병합되면, 재판 일정은 주3회 이상으로 늘 수도 있다. 그만큼 대장동 개발 특혜·성남FC 불법 후원금·백현동 개발 특혜·쌍방울그룹 불법대북송금 의혹 등까지 이 대표가 법원을 찾아야 할 횟수도 급격히 증가할 수 있다. 여기에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의 경우, 이미 공판이 어느 정도 진행된 터라, 향후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가를 첫 분기점으로 꼽힌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은 이르면 연내 1심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최종 판결까지는 내년에서야 나올 수 있지만, 이 대표를 둘러싼 각종 의혹 가운데 첫 판결이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결과에 따라 검찰·이 대표 측 가운데 한 쪽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 대표는 대선 후보 당시 대장동 개발 사업 실무자였던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에 대해 ‘(성남)시장 재직 때느 몰랐다”고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를 받는다. 공직선거법 위반의 경우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5년간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잃는다. 민주당의 경우도 지난 대선 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보전받은 선거비용 434억원을 일부 반환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최종심 선거 시점과 결과에 따라 이 대표는 물론 민주당에게도 쓰나미급 여파가 불가피한 셈이다. 반면 검찰도 법원 판단에 따라 천국과 지옥을 오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