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추석밥상 주메뉴는 '이재명'…극단대결에 '정치 거리두기'도

[데이터로 본 정치민심]

연휴 28~30일 포털 검색량 李> 尹> 金

李 주요연관어에 기각·구속영장 등 올라

'李허물' 대신 '기각'부각에 與 당혹 역력

민주, 재기 발판마련…추석민심 예의주시

'李리스크' 잠식에 여야 부정어 비율 80%↑

정쟁 피로감에 정치컨텐츠 조회수는 '뚝'

서울중앙지법이 27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 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7일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서울경제DB서울중앙지법이 27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 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7일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서울경제DB




추석 정국 온라인 민심은 기사회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모아졌다. 연휴 직전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여파다. 여야가 제대로 된 여론전을 펼치기 전에 추석이 시작된 탓에, 각종 지역과 세대를 아울러 형성될 추석 민심의 향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검찰 독재 규탄’이란 대여 공세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 민주당은 상기된 표정이지만, 추석 밥상에 이 대표의 허물을 올리려 했던 당초 계획이 불발된 국민의힘은 긴장된 표정으로 추석 민심의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추석 연휴 전반부, 포털 검색량지수 李 70 >尹 21


윤석열 대통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9월 네이버 검색량지수 추이. 9월 일평균 검색량지수는 이 대표 16.2, 윤 대통령 2.3, 김 대표 0.4를 기록했다. 자료=네이버 데이터랩윤석열 대통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9월 네이버 검색량지수 추이. 9월 일평균 검색량지수는 이 대표 16.2, 윤 대통령 2.3, 김 대표 0.4를 기록했다. 자료=네이버 데이터랩


1일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9월 28~30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일평균 검색량지수는 69.5를 기록해 윤석열 대통령(21.3)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5.1)를 큰 폭으로 웃돌았다. 지난 8월 이 대표의 일평균 검색량지수는 9.9로, 윤 대통령(18.3)의 절반 수준이었지만 9월 들어서 이 대표에 대한 주목도가 급격히 올라갔다. 네이버 데이터랩은 특정 기간의 최대 검색량을 100으로 잡고 기간 내 상대적인 검색량 흐름을 보여준다.

SNS의 흐름도 비슷했다. 빅데이터 분석 업체 ‘썸트렌드’에 따르면 추석 연휴 3일 동안 트위터·블로그 등 SNS상에서의 이 대표의 일평균 언급량은 5080건으로, 윤 대통령(2560건)과 김 대표(283건)를 가볍게 압도했다. 이 대표의 SNS 주요 연관어에는 △영장 기각 △구속 영장 △검찰 △한동훈 등이 올랐다.

추석 직전 롤러코스터 탄 ‘李 위상’…다급해진 與·들뜬 野




이는 연휴 직전 1주일 간 이 대표의 정치적 위상이 롤러코스터를 탄 여파다. 이 대표는 백현동 개발특혜 및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으로 영장이 청구됐지만 그간 ‘체포동의안’이란 국회의 벽을 넘지 못해 영장실질심사가 불발됐다. 9월 체포동의안 표결 역시 2월처럼 부결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지난 21일 다수의 예상을 깨고 체포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야당 내에서 최소 29표의 반란표가 발생해 가능했던 결과다. 22일간의 단식, 대대적인 지지층 결집, ‘부결’ 호소에도 자당 의원들이 이 대표에 등 돌린 것이다. 이 대표는 즉각 ‘구속의 기로’라는 벼랑 끝으로 내몰렸고 민주당 또한 내분에 빠지며 ‘비대위’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27일 사태는 또다시 대전환을 맞았다. 구속영장이 이번엔 법원의 벽을 넘지 못한 것이다. 법원은 검찰의 소명이 충분치 못하고, 증거 인멸의 염려가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비록 본재판이 남아있지만 법원이 잠정적으로 야당의 손을 들어준 셈으로, 그간 수비에 몰두했던 민주당은 ‘정치 보복’ ‘야당 탄압’ 프레임을 확고히 하며 여권을 향한 반격의 기회를 잡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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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영장 기각 후 국회에서 열린 여야 의총 모습. 의총을 민주당은 박수로 시작하고, 국민의힘은 기각 규탄 구호로 마무리하고 있다. 연합뉴스지난달 27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영장 기각 후 국회에서 열린 여야 의총 모습. 의총을 민주당은 박수로 시작하고, 국민의힘은 기각 규탄 구호로 마무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 모두 기각 사태에 대한 대응책을 본격화하기 전 연휴가 시작됐다. 그래서 추석 민심의 향방에 어느 때보다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추석은 해마다 정국 주도권을 가르는 분기점이 돼왔지만 특히 올해는 총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왔고 ‘미니 총선급’으로 판이 커진 10·11 강서구청장 재보궐선거까지 임박해 파급력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쪽은 국민의힘이다. 기각 결정에 여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정치적 득실을 계산하는 데 분주한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일단 ‘민생법안 처리’라는 정공법에 속도를 올리는 한편 이 대표에 대해 ‘대표직 사퇴 요구’ 등 야당 공세를 이어가겠다는 대응 기조를 세웠다. 법원을 향해 “유권석방 무권구속” 등 맹공을 가하는 한편 민주당을 향해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인 양 여론을 호도하지 말라’고 대립각을 세우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민주당 내부 갈등 양상과 본재판을 지켜봐야지, 단지 기각을 여당에 악재로 단정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재선 의원은 “기각은 사법 절차의 단계일 뿐 정치적으로 크게 의미 둘 일이 아니다”며 친명계와 비명계의 내홍 심화, 재판 결과에 따라 총선 여론 지형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민주당은 지지율 상승세의 단초를 마련했다고 기대하는 모양새다. 비록 무죄 판결을 받은 건 아니더라도 검찰과의 대결에서 잠정적인 승리를 거둔 것처럼 대중에 비춰질 수 있다는 점에서 본인들의 정치적 공간이 넓어졌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이 대표는 29일 윤 대통령에게 ‘민생 영수회담’을 공식 제안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수용하기 어려운 카드를 던지면서 ‘정쟁 난무·민생 실종’ 정치권의 난맥상의 책임이 여권에 있음을 부각하며 정국 주도권을 되찾겠단 의도다.

연휴 기간 李 관련 유튜브 조회수 40% ‘뚝’
정쟁 피로감 호소에도 한동안 대결정치 불가피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지도부가 지난달 27일 용산역 KTX 승강장에서 귀성길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지도부가 지난달 27일 용산역 KTX 승강장에서 귀성길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생과 동떨어진 정쟁에 매몰된 정치에 시민들의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썸트랜드에 따르면 지난달 SNS상에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따라다닌 키워드의 82%, 86%가 각각 부정어였다. 특히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연관어 상위권이 모두 △체포 △범죄 △증거인멸 △혐의 등 ‘이재명 사법리스크’ 관련 키워드들로 채워진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9월 정기국회가 개막했지만 여야 모두 민생 어젠다를 고안하지 못하고 정쟁에 잠식돼 허송세월을 했다는 방증이다.

9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관련 유튜브 영상 조회수 추이. 추석 연휴가 시작된 28일을 기점으로 조회수가 급감했다. 자료제공=썸트렌드9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관련 유튜브 영상 조회수 추이. 추석 연휴가 시작된 28일을 기점으로 조회수가 급감했다. 자료제공=썸트렌드


이런 탓에 연휴 기간 정치 현안에 거리를 두려는 시민들의 모습도 확인됐다. 이 대표 관련 유튜브 영상 조회수는 추석 연휴 기간 일평균 약 909만 회로, 9월 한 달 일평균(1630만 회)에 견줘 44% 감소했다. 윤 대통령 관련 유튜브 영상물의 일평균 조회수도 연휴 기간 약 251만 회로, 9월 일평균(422만 회)보다 40%가량 적었다.

냉랭한 민심에도 불구하고 여야의 대결 정치는 한동안 심화할 전망이다. 여야는 당장 6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이균용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표결을 진행할 방침이지만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부결표를 던질 것이 유력하다. 사법부 수장의 부재 사태가 장기회되면서 여야의 책임 공방은 더욱 노골화될 수 있다. 또 10일 시작되는 국정감사에서 여당은 통계 조작 등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집중 부각하며 공세를 펼치고, 민주당은 노란봉투법·방송3법을 단독으로 강행 처리를 시도해 ‘거부권 정국’이 되풀이될 경우 정쟁의 출구찾기는 더욱 난항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이승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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