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들이 직접 스타트업 인큐베이팅에 직접 뛰어들고 있다.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스타트업을 물색하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자 아예 ‘될 성 부른 떡잎’을 초기 단계부터 키우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선(先)육성 후(後)투자’ 모델을 도입해 미래 동력 확보와 투자 수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노리는 것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한솔그룹은 기술창업 액셀러레이터(AC)인 블루포인트파트너스와 손잡고 스타트업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6개월의 보육 기간을 거쳐 최종 투자까지 받은 기업만 15곳에 달한다. 액셀러레이팅 대상으로 선정된 스타트업은 △시장 적합성 검증 프로그램 참여 △한솔그룹 전략 전문가들의 사업화 가능성 검증 △한솔그룹 계열사와의 사업실증 (PoC) 기회 △최대 10억 원의 투자유치 등의 혜택이 제공된다.
더인벤션랩은 중견기업과 가장 폭넓게 교류하며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AC로 꼽힌다. 최근에는 우미건설, 국보디자인, 삼구아이앤씨, 아주컨티뉴엄 등과 20억 원 규모의 오픈 이노베이션 얼라이언스 펀드를 결성한 뒤 7개 유망 스타트업팀을 선발해 투자 확약을 완료했다. 김진영 더인벤션랩 대표는 “중견기업들 사이에서 기술인력을 내부에서 조달하기보다 딥테크 기업을 통해 기술자산을 아웃소싱하려는 니즈가 커지고 있다”며 “내년에는 2~3개 중견기업이 추가로 참여하는 등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대표 AC인 퓨처플레이는 HL만도(204320)와 ‘테크업플러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창업가들은 초기 투자금과 함께 5개월 간 스타트업 경영에 필요한 실무교육을 받는다. 졸업 심사를 거쳐 최종 선발된 기업들은 HL만도로부터 1억~2억 원의 추가 투자를 받는다. HL만도는 현재까지 14개의 스타트업을 육성한 뒤 추가 투자를 집행했다. 만도와 협업 사례가 입소문이 나면서 최근에는 다양한 산업에 속한 중견·대기업들이 퓨처플레이에 협업 제의를 하고 있다. 실제 최근 삼성웰스토리와 함께 스타트업 2개사를 공동 육성하기도 했다. 퓨처플레이 관계자는 “처음부터 사업제휴나 투자·인수를 염두하고 자신이 속한 업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스타트업을 직접 발굴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기업들이 큰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며 “전자, 화장품, 건설 등 업종을 가라지 않고 기업들의 공동 인큐베이션 제안이 끊이지 않는 이유”라고 전했다.
2019년부터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딥체인지 스타트업 프라이즈)을 운영한 교원그룹은 현재까지 62개 스타트업을 발굴해 총 114억 원 투자를 진행했다. 특히 올해에는 대상홀딩스, 하나은행, 홈앤쇼핑 등이 파트너사로 합류하며 눈길을 끌었다. 교원과 대상은 스타트업 육성과 관련한 업무협약(MOU)을 맺고 힘을 모으기로 했다. 구체적인 협력 분야는 △푸드테크와 바이오 분야 혁신기술 스타트업 발굴 △스타트업의 기술검증(PoC)과 상업화를 위한 협업 △직·간접 투자 연계 등 체계화된 인큐베이팅 지원 △스타트업 판로 확대와 글로벌 시장 개척 지원 등이다.
직접 육성한 스타트업에 대한 지분 투자와 별개로 사업 협력까지 이어가는 사례도 늘고 있다. 교원의 경우 공식 협업 사례만 총 78건에 이른다. 최근에는 빅하우스엔터테인먼트와 협업을 통해 고품격 미식 여행 상품 '귀족식당'을 출시했다. 빅하우스엔터테인먼트는 교원그룹 ‘2023딥체인지 스타트업 프라이즈’에서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참여사로 선정된 스타트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