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던 대전 초등교사가 세상을 등진 지 한 달여가 지난 가운데 경기도 용인의 한 초등학교 교사 역시 학부모의 민원 스트레스로 우울증이 심해져 병가 도중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4일 국민일보는 50대 교사 최모씨가 지난 2020년 3월16일 거주하던 아파트 옥상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보도했다. 그는 2019년 10월 담임을 맡았던 6학년 학급에서 학생과 외부 강사 간에 발생한 문제로 학부모 민원에 시달렸다고 한다. 사건이 벌어진 지 약 5개월 뒤에 최씨가 세상을 떠난 것이다.
경기 용인서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연극수업 외부 강사인 A씨는 학생 B군이 자리에 앉지 않자 B군의 멱살을 잡고 교실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B군의 학부모는 A씨가 욕설 등 폭언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이 당시 작성한 기소 의견서에는 해당 혐의가 적히지는 않았다.
당시 최씨는 현장에 없었지만 B군의 부모는 담임인 최씨에게도 책임을 묻겠다고 각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의 동료 교사는 “학부모가 연극강사를 아동학대(폭력) 혐의로 고소했는데 나중에 ‘담임교사는 그때 뭐 하고 있었느냐, 왜 같이 있지 않았느냐’며 최 선생님에게 책임을 떠넘기면서 고소 운운하며 협박했다”고 국민일보에 전했다.
그러면서 “학부모의 지속적인 괴롭힘으로 최 선생님에게 불안 증세가 생겨 결국 우울증 진단을 받고 병가를 냈다고 직접 들었다”며 “최 선생님 죽음은 명백히 학부모의 민원에 시달려서 사망한 순직 사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듬해 용인 다른 초등학교로 전근을 간 최씨는 ‘더 이상 담임을 맡지 못하겠다’며 교과 전담교사를 학교에 신청했다. 그러나 최씨의 이전 학교에 겪은 일을 듣고도 학교 측은 임산부 교사 등 먼저 배려해야 하는 교사가 있다며 4학년 학급 담임을 배정했다. 이후 그는 우울증 진단을 받고 병가를 냈다. 그리고 얼마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용인서부경찰서는 타살 혐의점은 없다고 보고 사건을 종결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자택에서 발견된 최 교사의 개인 노트에서 연극강사의 아동학대 사건이 있었던 10월 이전에도 교직 생활에 대해 힘듦을 토로한 메모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당시 유족 역시 경찰에 “연극강사 사건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우울증까지 와서 병가를 냈다가 해결이 안 돼 휴직 중에 극단 선택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의 노트에는 해당 사건 이후 교직 생활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으며 위장병 등 건강도 나빠지고 있다는 내용이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유진 교사노조연맹 정책처장은 “담임이라는 이유로 학급에서 발생한 사안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지면서 고통받는 교사가 정말 많다”며 “교사의 업무가 정신적으로 얼마나 심각한 압박을 초래하는지의 기준 및 직무 분석에 대한 체계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매체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