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여성을 채용할 때 기업은 ‘생산성’을 고민했다. 여성은 고용의 연속성을 보장할 수 없다고 마음대로 판단하고, 능력의 차이가 없어도 가능하면 여성보다는 남성을 뽑았다. 이런 차별은 여성을 무력화 했고, 스스로 생산현장에 작별을 고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 결과는 어떠한가. 지금 세계는 끝이 보이지 않는 불황을 맞이했다.
린다 스콧은 저서 ‘더블엑스 이코노미’를 통해 여성을 배제한 경제활동이 높은 생산성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빅데이터와 통계로 증명한다. 경제활동의 장애물이 여성에게만 부과되고 남성 중심으로 돌아간 결과는 ‘어둠의 경제학’을 형성했다. 이로 인해 배제된 여성들이 스스로 구축한 경제 환경이 바로 ‘더블엑스 이코노미’다.
어둠의 경제란 무엇인가. 저자가 2014년 진행한 중국 청두은행 대출포트폴리오 연구를 사례를 보자. 당시 은행 대출 포트폴리오에는 여성이 운영하는 기업이 한 곳도 없었다. ‘여성은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다’, ‘자녀가 있어서 진지한 태도로 사업에 임하지 않는다’는 편견 때문이다. 하지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교육프로그램에서 여성기업가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정작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성공의 장벽이 무엇이냐”고 묻는 저자에게 여성 기업인들은 일제히 ‘가라오케(노래방)’라고 답했다. 은행에서 융자를 얻기 위해서는 대출 담당자와 술을 마시고 저녁을 함께 해야 하고 2차로 가라오케를 가야 한다는 것. 여성 기업인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상황이기에 당연히 함께할 수 없다. 이와 유사한 성적으로 위험한 관행은 거의 모든 금융 중심가에 자리 잡고 있다. 런던과 뉴욕에서는 랩댄스가 가라오케를 대신하고 동유럽에서는 사우나 문화가 있다. 이런 문화는 여성의 금융제도 진입을 막는 제도로 사용됐다.
저자는 남성에게만 유리한 이러한 관행이 현대 경제를 갉아먹었다고 본다. 형제애가 넘치는 환경에서 남성은 무분별한 금융 선택을 할 확률이 높고, 집단적 사고의 희생양이 되기도 한다는 것. 여성 고용이 생산성을 낮춘다는 편견이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셈이다.
반면 배제된 여성이 구축한 더블엑스 이코노미는 세계 곳곳에서 힘을 보여준다. 남녀가 적이 되어 일자리를 두고 싸우란 얘기는 아니다. 여성이 식량생산에서 공평한 기회를 얻는다면 기아에 시달리는 1억5000만 명의 사람을 구제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최근 상당수 투자자들은 ‘성평등 지수’를 주요 투자 조건으로 고려한다.
지하철 건설을 위한 채권 등급을 매긴다면 야간에 여성 통근자의 안전이 보장되는 프로젝트에 더 높은 등급을 주는 식이다. 여성의 안전이 보장되면 치안 대응 비용이 줄어 들테니 경제적으로도 효율적이다. 하지만 변화가 쉽진 않다. 여성에 대한 조직적 제약은 오랜 시간 긴 역사를 통해 쌓여왔고 당연시 됐다. 이를 제거하려면 전세계적 움직임이 필요하다. 1만8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