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6일 부결되면서 헌정 사상 초유의 사법부 수장 ‘공백사태’가 현실화됐다. 여당이 표결 직전까지 야권에 후보자 임명동의를 촉구했지만, 과반 의석을 지닌 야당 의원들이 똘똘 뭉쳐 무더기 반대표를 던진 결과다.
국회는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찬성 118명, 반대 175명, 기권 2명으로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안을 부결시켰다. 대법원장 후보자가 낙마한 건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88년 7월 정기승 후보자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국민의힘은 본회의 전 의원총회를 열고 이 후보자 ‘가결’을 당론으로 정해 표결에 임했지만, 반대로 ‘부결’을 당론으로 채택한 민주당(168석)과 정의당(6석)의 결정을 막기 역부족이었다. 이날 표결 결과, 지난달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과 달리 사실상 야당 측 이탈표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장은 장관과 달리 대통령이 야당의 동의 없이 임명을 강행할 수도 없어 최악의 경우 연내에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후임을 채우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새 후보자를 지명한 뒤 인사청문회 절차를 거쳐 본회의 표결을 하려면 빨라야 11월에야 신임 대법원장 임명이 가능해진다.
정부·여당은 즉시 반발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부결 직후 현안브리핑을 통해 “이 후보자 임명안이 국회에서 야당의 일방적인 반대로 부결됐다”며 “초유의 사법부 장기공백 사태 초래한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부결로) 피해자는 국민이고 국민의 권리를 인질로 잡고 정치투쟁을 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표결 직후 논평을 통해 “민주당의 ‘불순’한 의도 때문에 ‘정의와 인권의 최후 보루’라는 사법부가 대법원장 장기 공백 사태라는 초유의 비상 상황을 맞게 됐다”며 “이는 사법에 정치가 개입한 것으로,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한 흑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더 큰 문제는 ‘지금의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그 누구를 대법원장 후보로 선택하더라도 부결시킬 태세라는 점”이라며 “민주당은 삼권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를 자신들의 발 아래 두려는 반헌법적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주재현 기자 joojh@sedaily.com, 이진석 기자 lj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