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단독] 사라진 ‘개천용’ …신임판사 76% '서울 출신'

신규 판사 10명 중 8명이 서울 거주

지방 거주자가 더 많았는데 비중 역전

‘서오남’에 지역적 다양성 훼손 우려

전문가 “법조일원화 후 현상 가속화”

“관련 인력 자체가 수도권 몰려” 지적





올해 새로 임용된 판사 10명 가운데 8명이 ‘서울 출신’으로 나타났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지방 출신의 판사가 더 많았지만 사법부에서도 지역 양극화가 빠르게 심화하면서 ‘개천에서 난 용’을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경력을 중요시하는 법조 일원화 정책과 지방 로스쿨의 부진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서오남(서울대 50대 남성)’으로 획일화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법원이 포용적이고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점점 더 반영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서울경제신문이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신규 판사 임용 시 주소 현황’ 대법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새로 판사가 된 법조인들의 주소는 121명 중 92명이 서울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신규 판사의 76%가 ‘서울 사람’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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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출신 판사는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2012년에는 신규 임용 판사 173명 중 97명(56%)이 지방 거주자로 더 많았지만 서울 거주자가 △2021년 66.9% △2022년 67.4% △올해 76%로 대폭 증가하며 10년 만에 전세가 역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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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신규 임용 판사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법원에도 서울 출신 판사들이 많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대법원 구성도 ‘서오남’으로 편중화된 상황에서 전반적인 법원 구성 역시 특정 지역 인물들로 구성되면 다양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부장판사를 지냈던 변호사는 “아무래도 같은 곳에 산다면 가치관이 비슷한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법원이 사회적 현상을 여러 시각으로 바라보려면 지금처럼 서울에 치우쳐진 현상은 바람직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정의의 여신상. 사진=이미지투데이정의의 여신상. 사진=이미지투데이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법조 일원화가 도입된 후 가속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젊은 법조인들에게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 곧바로 판사에 지원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대신 일정 경력을 쌓도록 의무화하면서 서울 출신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판사직에 도전할 수 있는 변호사들의 비중이 서울에 엄청나게 집중돼 있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라며 “법관을 떠나 변호사 등 법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인력 자체가 지방에 극소수”라고 꼬집었다.

장 교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 정책적으로 지방대 로스쿨을 육성했지만 이조차도 서울에서 대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의 진학 비율이 더 높은 데다가 지방대 로스쿨의 변호사 배출 숫자 자체가 적어 완전히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또 “고향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지역 로스쿨에 가더라도 사건이 많은 서울로 가게 되는 게 법조 시장의 현주소”라고 했다. 지방대 로스쿨 지원으로 지역 변호사를 육성하겠다는 계획 자체가 무너지며 법조계 전반에 변호사-판사로 이어지는 법조인 서울 편중 현상이 심화됐다는 것이다.

법원 구성원 상당수가 서울 사람이 될 시점은 머지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법부는 현재 법조 경력 5년 이상이면 법관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2025~2028년 7년 이상 △2029년 이후 10년 이상으로 최소 경력을 늘려나갈 계획이기 때문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5년 정도야 지역에서 그럭저럭 수임받아 버틴다고 해도 요구하는 경력이 길어질수록 대도시나 서울로 이동할 변호사들이 많아질 것”이라며 “신규 법관 지원자들의 출신과 배경을 감안해 어느 정도 인위적인 지역 배분이 필요해질 수도 있다”고 제언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최근 논란이 되기는 했지만 로톡 등 법률 서비스를 통해 지역과 상관없이 원격 자문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해봄 직하다”고 말했다.


천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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