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바이오

'다다익선' 부활 1년…IoT로 또한번 진화한다

1003대 달하는 구형 브라운관 TV

IoT기술 적용해 실시간 모니터링

미디어 아트 보존 새 기준 마련

작품 유지에만 1년에 1.5억 들어

외형·본질 균형점 찾는 방안 고심

지난해 재가동 직후 다다익선의 모습. 사진=연합뉴스지난해 재가동 직후 다다익선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 설치된 세계적 미디어 아티스트 백남준(1932~2006)의 비디오아트 대작 ‘다다익선’에 이르면 올해부터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적용된다. 1003대의 구형 브라운관 TV를 무인으로 실시간 모니터링하기 위해서다.



10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권인철 학예연구사는 “다다익선을 복원하는 과정이 앞으로 미디어아트 복원사의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라며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다다익선에 적용되는 IoT 기술은 다다익선을 구성하고 있는 1003대의 구형 TV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무인으로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IoT는 작품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기 위한 아이디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본격적으로 개발에 착수하기 위한 사업자 선정을 마쳤고 이달 중 계약을 진행할 계획이다.

백남준이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념해 설치한 다다익선은 개천절을 상징하는 1003개의 브라운관 모니터를 오층탑처럼 18미터(m) 높이로 쌓아 올린 미디어아트 역사에 길이 남을 대작이다. TV 화면에는 경복궁, 부채춤, 고려청자 등 한국의 과거와 현재를 담은 영상 뿐 아니라 프랑스 개선문,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 등 세계 다양한 나라의 문화적 상징물을 찍은 영상 작품이 등장한다. 동서양, 과거와 현재, 예술과 과학기술 등이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작가의 철학이 응축된 작품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수명을 다한 모니터가 자주 말썽을 일으켰다. 이제는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구형 TV가 노후화 하면서 안전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결국 미술관은 지난 2018년 가동을 중단하고 대대적인 복원·보존 작업을 진행했다. 백남준은 생전에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작품을 다른 기기에서 가동해도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술관은 단종돼 사라진 부품과 기기를 찾아 나섰다. 원형을 최대한 유지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복원팀은 2018년 가동 중단을 결정하고 한국과 중국 골동품 시장을 뒤져 구형 브라운관 모니터 737대를 바꾸거나 고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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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인철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사가 다다익선의 손상된 모니터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제공=국립현대미술관권인철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사가 다다익선의 손상된 모니터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제공=국립현대미술관


권인철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사가 다다익선의 모니터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제공=국립현대미술관권인철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사가 다다익선의 모니터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제공=국립현대미술관


복원 과정에서 복원팀의 가장 큰 고민은 ‘기술을 어디까지 수용할 것인가’였다. 권 학예사는 “기술자가 그렇게 주장할 때 미술관은 좀 더 보수적으로 대응해야 균형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TV 기기를 건드리는 것은 작품 전체를 다시 제작하는 것으로 여겨졌다”고 말했다. 복원팀이 확보한 CRT 모니터는 이제 660대. 현재 상태라면 다다익선이 원형을 유지하며 가동될 수 있는 시간은 약 10년 정도다.

다다익선의 보수·복원을 진두지휘한 권 학예사는 “미디어 예술 작품을 보수 및 복원하는 새로운 연구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보존 방향에 대해 입을 열었다. 작품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은 1년에 약 1억 5000만 원 수준. 국립 미술관이 세금을 들여 구시대의 기술을 굳이 계속 유지하는 것이 맞느냐 하는 의문도 나온다. 다다익선 뿐 아니라 현재 제작돼 세상에 나오는 모든 미디어 아트 작품이 앞으로 직면할 문제이기도 하다.

권 학예사는 “외형과 본질 모두의 균형을 맞춰 지켜내는 방법이 필요하다"며 “최근에는 최첨단 기술을 눈여겨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복원팀이 최근 가장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행사가 매해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가전박람회(CES)다. 그는 “만약 다다익선의 외형을 변형하고 본질만 지키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떤 기술이 가장 적합할지 찾고 있다"며 “다다익선은 하나의 작품을 넘어 우리 문화를 알리는 유산이 된 만큼 유지비가 적지 않게 들어가지만 이 작업물을 가능하면 더 오래 보존하고 유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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