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5월 임기가 끝나는 21대 국회에서 마지막으로 열린 국정감사가 첫날부터 여야의 대립 속에 일부 상임위원회에서 파행을 겪었다. 국감이 행정부의 국정 운영 전반에 대해 입법부가 감시하고 견제하는 본연의 기능 대신 정쟁의 장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정무위원회 등 10개 상임위에서 2023년도 국감이 시작됐다. 국방위원회의 국방부 대상 국감은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이날 오후 6시부터 여당 의원들의 불참 속에 진행됐다. 야당 의원들이 신원식 국방부 장관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팻말을 책상 앞에 붙여놓자 여당 의원들이 치울 것을 요구하며 국감장 입장 및 국감 진행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국감 시작 전 야당 간사인 김병주 의원은 “국민은 신 장관의 막말을 아직도 이해하지 못한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야당의 반대에도 신 장관의 임명을 강행한 것은 문제가 있고, 그런 의사 표현으로 피케팅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여당 간사 성일종 의원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겨냥해 “막말 이야기하는데 우리는 할 말이 없냐. 성남시장 때 형수 쌍욕한 사람도 있다”고 말하자 민주당 의원들이 항의하는 등 양측 간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산업통상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는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전기요금 인상 원인을 두고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 정책에 책임을 돌린 반면 민주당은 현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국토교통위원회에서는 국토교통부가 5일 공개한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대안 및 원안 노선의 B/C(비용 대비 편익) 분석 결과를 두고 여야가 충돌했다. 야당 간사인 최인호 의원은 국토부의 발표에 대해 “용역 과정을 합리화하기 위해 왜곡과 조작이 포함된 엉터리 조사”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여당 간사인 김정재 의원은 “B/C 결과를 민주당 입장에서만 재해석해 왜곡·조작이라고 한다”며 “민생 현안이 많은데도 오로지 정쟁으로 이끄는 양평 고속도로만 문제 삼는다”고 반박했다.
정무위에서는 국세 수입이 당초 예상보다 59조 원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세수 부족’ 사태에 대해 야당 의원들의 공세가 이어졌다. 강훈식 민주당 의원이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에게 “직전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기도 했는데 올해 역대 최대 세수 부족 사태에 책임이 있지 않냐”고 추궁하자 방 실장은 책임을 인정하면서 “송구스럽다”고 유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