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참전 용사들의 희생과 헌신 덕분에 세계 최빈국에 속했던 우리나라가 반도체 등 최첨단 산업에서 글로벌 시장을 주도할 수 있게 됐습니다.”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은 12일 경기도 파주 임진각 보훈단지에서 열린 고(故) 윌리엄 E 웨버 대령과 고 존 싱글러브 장군의 추모비 제막식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SK그룹은 한미동맹재단과 함께 이번 추모비를 건립했다.
웨버 대령은 공수부대 장교로 6·25전쟁에 참전해 인천상륙작전과 서울수복작전 등에서 활약했다. 원주 전투에서 오른팔과 오른쪽 다리를 잃는 부상을 입었지만 워싱턴DC에 있는 한국전 참전 용사 기념비 ‘19인의 용사상’ 및 전사자 명단을 새긴 ‘추모의 벽’ 건립에 앞장서는 등 미국에서 6·25전쟁을 재조명하는 데 헌신했다.
싱글러브 장군 역시 6·25 참전 용사로 1977년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다는 미 행정부 결정에 강하게 반대하는 등 한미 동맹에 기여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두 사람은 지난해 별세해 미국 알링턴국립묘지에 안장됐다.
최 회장은 축사에서 “웨버 대령과 싱글러브 장군을 비롯한 6·25 참전 용사들의 희생과 헌신은 우리에게 자유민주주의라는 씨앗을 선물했다”며 “이로 인해 세계 최빈국에 속했던 우리나라가 반도체·배터리 등 최첨단 산업에서 글로벌 시장을 주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웨버 대령이 워싱턴DC 추모의 벽을 건립한 후 우리 곁을 떠나기 전 ‘생의 임무를 완수했다(mission complete)’는 말씀을 남겼다고 들었다”며 “우리가 그 미션을 이어받아 한미 양국 협력을 발전시키고 인류가 직면한 문제에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숭고한 희생에 진정으로 보답하는 길”이라고 추모했다.
SK의 한미 우호 활동은 최종현 선대회장부터 시작돼 반세기 넘게 이어져 오고 있다. 최 선대회장은 인재 양성에 힘쓰며 우수 학생들의 미국 유학을 지원했고 최 회장도 이를 이어받아 장학 사업을 확대하고 한미 간 경제협력으로 보폭을 넓혔다.
최 회장은 특히 웨버 대령의 가족과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SK는 웨버 대령이 평생을 바쳐 추진한 추모의 벽 건립에 2021년 국내 기업 최초로 100만 달러를 기부한 바 있다. 최 회장은 대령의 부인인 고 애널리 웨버 씨를 만나 직접 감사와 추모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제막식에는 웨버 대령의 손녀인 데인 웨버 씨가 참석해 최 회장과 웨버가의 세대를 넘어선 인연이 눈길을 끌었다.
최 회장은 행사장에서 한미연합사령관을 지낸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전우회 회장과 환담했다. SK 관계자는 “주한미군 출신 재향군인이 330만 명에 달하는 만큼 이들이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든든한 후원자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한편 최 회장은 방한 중인 미국 상원의원 대표단도 만났다. 전날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등 6명의 미 상원의원 대표단을 만나 경제협력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는 최 회장뿐 아니라 최재원 SK 수석부회장과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박원철 SKC 사장도 참석했다.
최 회장은 “핵심 사업 분야의 대미 투자는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밝히며 “기후변화, 디지털 전환 등 글로벌 이슈의 해법을 찾으려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공동 대응이 필수적”이라며 연대와 협력을 강조했다.
미국 의원들은 “SK가 한미 양국의 가교이자 반도체·배터리·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의 핵심 공급망 파트너가 됐다”며 “SK 경영 활동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한층 확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