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지상 작전을 벌이면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의 민간 희생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은 13일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에서 열린 독립국가연합(CIS) 정상회의에서 “중요한 것은 유혈사태를 멈추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대응하고 있는 이스라엘은 이날 가자지구 중심도시 가자시티 주민 전원에 대피령을 내려 지상전 돌입이 임박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하마스로부터 전례 없이 잔혹한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이 스스로 방어할 권리를 지녔다”고 인정하면서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분쟁을 멈추도록 러시아가 중재자로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조기 휴전과 상황 안정화를 위해 집단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러시아는 모든 건설적인 생각을 가진 파트너들과 기꺼이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분쟁 협상의 목표는 팔레스타인이 독립국가를 건설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가까운 사이다. 이스라엘이 미국과 유럽의 압박에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도 정상간 친분이 작용한다는 분석도 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의 중동 정책 실패로 지금의 전쟁이 일어나게 됐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미국이 일방적인 입장을 고수한 탓에 이 지역 분쟁이 수년간 교착 상태에 빠졌으며 중동 평화 중재를 위한 미·러·유엔·유럽연합(EU) 4자 기구(콰르텟)도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날 키르기스스탄, 아제르바이잔,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구소련 국가 정상이 모인 가운데 열린 CIS 정상회의에서 푸틴 대통령은 서방의 제재에도 러시아와 CIS 국가의 협력이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은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을 둘러싼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모스크바에서 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또 러시아가 의장국을 맡을 차기 CIS 정상회의를 내년 10월 8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