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재판에 넘기면서 향후 법원 판단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달 27일 법원이 기각한 이 대표의 구속영장에 기재된 3개 의혹 가운데 첫 기소가 이뤄지면서 향후 검찰이 이른바 ‘쪼개기 기소’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법원의 병합 등 판단에 따라 이 대표가 향후 대처해야 할 재판의 수가 결정될 수 있다. 특히 검찰 기소와 법원 판단에 따라 ‘재판 리스크’와 함께 재판 출석 부담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 재판을 두고 검찰·이 대표 측 사이 ‘수 싸움’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김용식 부장검사)는 12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도 공범으로 함께 재판에 넘겼다. 이는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지 보름 만이다.
검찰 관계자는 “지방자치 권력이 자신의 경제·정치적 이익을 위해 민간업자에게 특혜를 몰아주고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이익을 배제한 ‘시정 농단’ 사건”이라며 “백현동 개발특혜 의혹 사건은 증거·사실관계를 봤을 때 혐의 입증이 충분해 우선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2014년 4월~2018년 3월 분당구 백현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민간업자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회장에게 특혜를 몰아줘 1356억원의 이익을 독차지하게 하고, 사업에 배제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최소 200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정 회장이 운영하는 성남알앤디PFV가 단독으로 백현동 사업을진행하면서 △아파트 건설 목적의 용도지역 4단계 상향 △용적률 상승 △임대아파트 비율 축소 △불법적 옹벽 설치 승인 △기부채납 대상 변경 등 특례를 받았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이 대표가 본인의 성남시장 선거를 도와준 ‘선거 브로커’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에게 보답하고자 그의 청탁에 따라 각종 인허가권을 행사해준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로비 대가로 정 회장으로부터 77억원을 챙긴 것으로 파악했다.
앞서 기소된 ‘위례·대장동 개발사업 의혹’ 특혜 사건과 병합해 1심 재판이 진행될 수 있도록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을 우선 기소했다는 게 검찰 측 설명이다. 두 사건 모두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 발생한 범죄인데다 △개발업자·브로커에게 개발 이익을 몰아주는 유사한 범행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 △피고인들이 동일하다는 부분 등을 고려, 법원에 병합을 신청했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도 이날 검찰이 기소한 이 대표의 백현동 사건을 위례·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담당 재판부인 형사합의33부(김동현 부장판사)에 배당했다. 부패 사건 전담 재판부인 해당 재판부는 이달 6일 첫 재판을 여는 등 지난 3월 기조된 이 대표의 위례·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을 심리 중이다. 다만 재판부는 이들 사건을 병합 심리할 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문제는 검찰이 기소한 백현동 개발특혜 의혹 사건을 위례·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병합 심리할지 결정할 지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병합이 받아 들여지면 이들 사건의 배임 혐의액만 5000억원이 넘어간다. 대장동이 200여권, 위례 신도시가 50여권, 성남FC 400여권 등 법원에 제출된 위례·대장동 개발특혜 사건 기록만 이미 20만쪽에 달한다. 참고인만도 100여명에 이르는데, 백현동 개발특혜 의혹사건이 병합되면 기록·증인 등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면서 ‘대형 재판’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양측이 해당 의혹에 대해 첨예하게 충돌하고 있는 만큼 병합되면 심리에만 최소 3년 이상이 걸릴 수 있다.
여기에 검찰이 쪼개기 기소에 나설 수 있다는 점도 법원에게는 고민 거리다.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위증교사 혐의를 조만간 추가 기소하는 한편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 사건을 수원지검으로 다시 보내 보강 수사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이 실리고 있어서다. 위증교사 혐의의 경우 이미 법원이 이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 단계에서 ‘소명됐다’고 봤다. 또 위증교사 혐의의 경우 재판 결과가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백현동 개발 특혜·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 사건보다 상대적으로 오래 걸리지 않을 수 있다. 혐의 입증이나 선고까지 시간도 짧은 수 있어 검찰이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에 이은 두 번째 기소 사건으로 이 대표에 대한 위증교사 혐의를 선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수원지검은 현재 쌍방울그룹 쪼개기 후원 의혹, 횡령·배임 의혹 등 사건을 수사 중이다. 그만큼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 사건도 함께 보내 다시 들여다볼 수 있다. 여기에 각 사건별 재판에 소요되는 시간까지도 고려, 검찰이 쪼개기 기소로 방향성을 정했다는 분석도 있다. 대장동·백현동 사건에 대한 병합과 함께 개별 사건에 대해 각각 기소가 이뤄질 경우 이 대표가 대처해야 할 재판 수는 향후 4개로 늘 수 있다. 또 이 대표의 법원 출석 빈도도 한층 잦아질 가능성이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위증교사 의혹 사건의 경우 피고인의 주소 외에 사건 발생 지역이나 시기가 다르다는 점에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나 백현동 개발특혜 의혹 사건과 병합하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법원 출석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대표 측이 이들 사건의 병합을 재판부에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백현동 개발 특혜·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과 함께 위증교사가 함께 앞선 구속영장에 적시됐고, 참석해야 할 재판 수가 늘어 출석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 이 대표 측이 향후 법원에 병합 신청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형사소송법 제200조(변론의 분리와 병합)에 따르면 법원은 필요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직권 또는 검사, 피고인이나 변호인의 신청에 의해 결정으로 변론을 분리하거나 병합할 수 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들 사건의 공통점 가운데 하나는 이 대표 측이 검찰이 내놓은 증거나 증언 등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데다, 병합할 경우 참고인 등만도 수백여명에 달할 수 있어 재판에 긴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다”며 “법원은 혹여 어느 한 쪽에 의해 병합 신청이 이뤄지더라도 실제 이행할지 고민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쪼개기 기소나 병합 신청 등 검찰·이 대표 측 사이 ‘두뇌 게임’이 심화될수록 법원의 고심만 깊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