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서울의 대표적 궁궐인 경복궁의 상징이자 임금과 백성이 함께 희로애락을 즐기던 ‘여민동락(與民同樂)’의 무대였던 광화문 월대가 100년 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부활했다. 광화문 월대는 비슷한 궁궐 문화를 가진 중국·일본 등에는 없는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또 ‘광화문’을 나타내는 현판도 검정 바탕에 금빛 글자로 교체됐다.
문화재청은 15일 저녁 서울 광화문 앞 광장에서 광화문 월대 및 현판 복원 기념행사인 ‘광화문 월대 새길맞이’를 열고 이들을 일반에 공개했다. 문화재청은 이에 대해 2010년 전통 방식으로 광화문 자체를 복원함에 이어 앞서 2006년 시작된 ‘광화문 제 모습 찾기’의 마지막 여정이자 완성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사업을 주관한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광화문 월대는 임금이 백성과 직접 소통하는 길”이었다면 “이제는 나아가 세계인들과, 과거·현재와 미래가 연결되는 소통의 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월대는 임금의 길이면서 백성의 길이기도 했다”면서 “이처럼 역사는 거울이자 끊임없이 반복되는 것으로 우리가 역사를 잊으면 안 됨을 가르쳐준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1만여 명의 시민들이 몰린 것으로 집계됐다. 시민들은 기존 광화문에 바짝 붙어 있다가 이번에 월대 앞으로 이동한 해치상에 반갑게 인사한 후 길이 48.7m, 폭 29.7m의 월대 위를 걸으면서 경복궁의 위용을 다시금 되새겼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 유족 측이 기증한 서수상(瑞獸像·상상 속 상서로운 동물상)과 함께 다른 창덕궁·덕수궁 월대에는 없고 광화문 월대에만 있는 난간석도 관심을 모았다.
월대 복원을 진두지휘한 임동조 석장은 “새로운 광화문은 앞으로 만남의 광장이 될 것”이라며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을 복원해 후대에 남기는 의미를 함께 기억해달라”고 전했다.
월대는 조선시대 궁궐에서 건물 앞에 계단식으로 넓게 설치한 대를 일컫는다. 근정전 등 전각의 월대와 대문의 월대로 크게 나뉜다. 광화문 월대는 대표적인 궁궐 정문의 월대다. 조선 초기부터 있었고 중국·일본 등 다른 나라에도 있는 궁궐 전각의 월대와 달리 궁궐 대문의 월대는 조선 후기 왕권이 강화되고 더불어 백성들과의 친밀한 관계가 필요해짐에 따라 새로 생겨난 조선 특유의 양식이다.
임진왜란 때 불탄 경복궁을 1867년 중건하면서 광화문 월대가 처음 설치됐는데 이후 일제강점기에 훼손됐다가 1923년 전차 선로까지 놓이면서 땅에 파묻힌 것으로 학계에서는 보고 있다. 정부는 2018년부터 월대 복원 사업을 시작해 이날 공사를 완료했다.
땅속의 월대 흔적을 찾은 후 경기 구리시 동구릉의 난간석 등 각지에 흩어져 있던 원형 자재를 모으고 또 새로운 돌을 새겼다. 경기 용인 호암미술관의 야외 전시장에 있었던 서수상도 기증을 받아 원래 자리인 어도(임금이 걷던 구간)의 가장 앞에 설치했다.
이날 광화문의 새로운 ‘이름표’도 공개됐다. 2010년 제작된 기존 현판이 흰색 바탕에 검은색 글자였다면 새 현판은 검정 바탕에 동판을 도금한 금빛 글자로 한자 ‘光化門(광화문)’을 새겼다. 글자는 경복궁 중건 당시 훈련대장이자 영건도감 제조를 겸한 임태영의 것을 따랐다.
한편 이번 광화문 월대의 복원으로 사직로가 월대 앞에서 ‘U’자형으로 휘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행사에 참석해 “월대로 인해 사직로가 선형이 되면서 종로구 등 주민들이 교통 불편을 호소하고 있는데 고개 숙여 ‘죄송하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려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