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 내년 총선을 통해 책임을 묻겠다는 응답이 30%를 넘었다. 유권자들의 정치권 전반에 대한 불신이 큰 가운데 지지층의 민심 이반도 심각한 상황임을 나타낸다. 양당 모두 전통적 지지층에 기대어 가까스로 30%대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실제 투표에서는 지키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국민의힘의 경우 지지율 하락세가 지속돼 오차 범위 내에서 민주당에 추월 당했다.
서울경제신문이 여론조사 기관인 한국갤럽에 의뢰해 12~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처럼 양당에 대한 지지층 표심 이탈 현상이 가시화됐다. 특히 민주당 지지층의 41.4%가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에 국회 운영 차질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답했다. 또한 국민의힘 지지층 중 35.6%가 ‘내년 총선에서 정부 여당에 국정운영 차질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치 성향별로는 보수를 선택한 응답자가 정부 여당 심판론(국정 책임론)에 43.5% 동의했고 진보를 선택한 응답자는 민주당 심판론(의정 책임론)에 40.4%가 동의했다. 이러한 여야 지지층의 여론은 주요 정당에서 내부 쇄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내년 총선에서 지지 철회 또는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에 여야 모두 내년 총선이 다가올수록 쇄신 압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도를 선택한 응답자 사이에서는 정부 여당 책임론이 69.3%로 민주당 책임론 53.3%보다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여야의 극한 대립 가운데 국정운영에 차질이 이어지면서 정부 여당에 그 책임이 크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주요 정당 지지율에서도 이러한 인식이 드러난다. 6월 실시된 1차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힘 38.0%, 민주당 32.8%로 국민의힘이 앞섰다. 그러나 8월 국민의힘 35.5%, 민주당 34.0%로 지지율 격차가 좁혀진 데 이어 이번 조사에서는 민주당 38.1%, 국민의힘 33.9%로 민주당이 오차 범위 내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을 역전했다.
대통령 직무 수행에 대한 평가 역시 오차 범위 내에서 부정 여론이 높아지는 추세다. ‘잘하고 있다’를 선택한 응답자는 6월 38.3%에서 이번 조사에서 32.3%로 하락한 반면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률은 56.7%에서 61.2%로 상승했다.
주요 지역별로는 서울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6월 42.3%에서 이번에 34.2%로 하락한 반면 민주당 지지율은 27.2%에서 38.7%로 상승했다. 인천·경기에서는 같은 기간 국민의힘 지지율이 34.6%에서 34.3%, 민주당은 36.5%에서 36.8%로 비슷한 수준이 유지됐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지지 기반 지역에서도 위기가 나타났다. 대구·경북에서는 51.8%에서 42.4%로 오차 범위 밖 하락세를 기록했고 부산·울산·경남에서는 46.3%에서 42.9%로 오차 범위 내 하락했다. 반면 민주당은 텃밭인 광주·전라에서 지지율이 54.9%에서 63.3%로 상승했다. 수도권과 함께 ‘캐스팅보터’ 역할을 하는 지역으로 평가되는 대전·세종·충청에서는 국민의힘 지지율이 39.9%에서 24.7%로 하락했고 민주당은 40.7%에서 47.4%로 상승했다.
정치 성향을 중도로 선택한 응답자들 사이에서는 같은 기간 국민의힘 지지율이 27.3%에서 22.0%로 오차 범위 내 하락한 반면 민주당은 29.5%에서 41.0%로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국민의힘·민주당 외에 정의당을 포함한 다른 정당에 대한 지지율은 미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정의당 지지율은 4.0%, ‘그 외 정당’은 2.7%에 각각 그쳤다. 6월 조사에서는 정의당이 4.5%, 그 외 정당이 1.3%였다. 민주당에서 탈당한 양향자 의원이 8월 말 ‘한국의희망’을, 역시 민주당 출신인 금태섭 전 의원이 9월 ‘새로운선택’ 창당을 각각 선언했지만 아직 주목 받지 못하고 있는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내년 총선까지 남은 기간 동안 여당의 지지율은 반등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의견도 있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그동안 여야 모두에 실망한 중도층이 정부 여당의 민생 경제 성과에 따라 여당 지지로 돌아설 수 있다”면서 “총선 1~2개월 전에 야당의 정권 심판론, 여당의 국정 지원론 중 어느 쪽에 더 힘이 실리느냐가 총선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번 3차 여론조사의 오차 범위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다. 조사는 국내 통신3사가 제공한 휴대폰 가상(안심)번호 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10.1%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