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예상하지 못했던 지정학 위기로 금통위가 가장 주의 깊게 살펴보는 국제유가와 환율 두 지표 모두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에도 금리를 만장일치로 동결하면서도 시장에는 긴축적 메시지를 내는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동결’이 예상된다.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3.7원 오른 1353.7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5원 오른 1352.5원으로 출발해 장중 한때 1355.3원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금통위도 최근 유가와 환율 변화를 19일 기준금리 결정 직전까지 지켜볼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무력 충돌 등 중동 사태로 고유가가 지속된다면 미국의 고물가·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강달러 압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국제유가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높아진 상태에서 환율마저 급등하면 한은의 물가 전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동 사태 확산 우려로 국제유가가 다시 90달러 선을 넘는다면 미국 국채금리가 반등하면서 달러 강세 폭이 다시 확대될 수 있다”며 “당분간 원·달러 환율은 유가 추이에 민감한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금통위가 6연속 금리 동결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먼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 달 1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올리지 않을 가능성이 큰 만큼 한 차례 더 지켜본 뒤 인상 여부를 결정해도 부담이 크지 않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CME Fedwatch)에 따르면 11월 FOMC에서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확률은 91.9%다. 한미 금리 역전 폭이 사상 최대인 2%포인트가 이어지고 있으나 대규모 자금 유출은 없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가계부채 문제는 금융 당국이 지난달 내놓은 대책 효과를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스라엘 사태 확산 여부가 변수지만 현재로서는 이를 통화정책 결정에 반영하기는 어렵다”며 “10월 금통위에서 통화 완화 힌트를 제공하기는 어렵지만 추가 긴축 기조 강화 가능성도 낮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