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돈키호테’ 인용한 유인촌 “잡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잡자”

16일 세종서 문체부 장관 취임식

“문화를 다루려면 유연하고 자유로워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6일 세종청사에서 취임식 도중 객석으로 올라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문체부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6일 세종청사에서 취임식 도중 객석으로 올라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문체부




“문화는 삶이 쌓여 만들어지면서 또 삶의 방식을 정하기도 합니다. 여러분이 이런 문화를 다루려면 고정된 것에서 탈피해야 합니다. 좀 더 유연하고 자유로운 생각을 했으면 좋겠어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1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문체부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 11일 임명장을 받았지만 국정감사 등 행사를 소화하면서 이날에야 세종청사로 첫 출근해 취임식을 가졌다.

이날 취임식에서 유 장관은 “격식을 차리지 않는다”서 단상에서 내려와 직원들 사이에서 원고 없이 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15년 만에 와 여러분을 대부분 처음 만나는데 그때보다 훨씬 가슴이 울렁울렁한다”며 “책임감과 무게감도 그때보다 훨씬 더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부터 2011년까지 문체부 장관을 역임했었다. 문체부는 2013년에 세종청사로 이주했다.

그는 지난 재임 시절을 회상하면서 “항상 우리 부처 목표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고, 들리지 않는 것을 들리게 하는’ 것”이라며 “(문화 분야에선) 보이지 않는 게 보일 때 보람이 있다. 여러분이 보람을 찾을 수 있도록 내가 뒷바라지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과거 재임 시절의 논란도 언급됐다. 유 장관은 자신에게 낙인처럼 찍힌 ‘반말’ 논란에 대해 “장관을 처음 하다 보니 시행착오를 많이 했고 무조건 정면 돌파했다. 모든 걸 해결하고 싶었다”며 “1인 시위든 수십명이 하든 그냥 지나친 적이 없다. 그래서 시끄러웠다. ‘고생하지 말고 들어가라’고 하면 ‘왜 반말하느냐’는 답이 돌아왔다. 인터넷에 바로 뉴스가 났다”고 회상했다.

또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서는 “현장에 있는 양심상 그런 짓은 안 했다”며 “‘왜 저렇게 반대할까’ 미워는 했어도 (지원한) 기록을 보면 다 나온다”고 언급했다.

앞서 박근혜 정부 시절 블랙리스트 사태에서 문체부가 가장 피해를 입은 사실도 지적했다. 그는 “직원들이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면 좋겠다”며 “이념 문제, 부처 간 이견 갈등, 현장 소통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세상이 변해도 존재하니 피하지 말고 갈등을 해결하도록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이 16일 세종청사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제공=문체부유인촌 문체부 장관이 16일 세종청사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제공=문체부


이와 관련, 문체부는 당초 예정됐던 유인촌 장관 취임사를 배포했다. 취임사에서는 유 장관은 향후 중점 과제로는 △ 창의적인 창작 환경을 위한 예술지원체계 개편 △ 문화가 중심이 되는 지역균형발전 △ 콘텐츠산업 육성 및 규제 개선 △ 생활체육·학교체육 활성화 및 엘리트 선수 환경 조성 △ 고부가가치 관광산업 육성을 제시했다.

취임사에서는 그는 ‘돈키호테’의 대사를 인용하며 “이룩할 수 없는 꿈을 꾸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며,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우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잡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잡자!”라며 “제가 끊임없이 도전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가슴을 뜨겁게 해준 구절”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이 16일 세종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 제공=문체부유인촌 문체부 장관이 16일 세종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 제공=문체부


앞서 유 장관은 이날 오전 8시50분께 세종청사에 처음 출근했다. 유 장관은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세종시는 첫 출근이고 세종시가 만들어진 다음에 처음 와 본다”며 “내려오면서 굉장히 좀 가슴이 뛴다”라고 말했다.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서든지 좋게 만들어야 된다는 생각”이라며 “‘지금은 문화가 중심이다’라는 얘기는 이미 한 20~30년 전부터 모든 사람이 그런 얘기를 했다. 근데 정말 문화가 중심이 되도록 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아래는 문체부가 배포한 취임사 전문이다.

■ 취임사 전문

사랑하는 문화체육관광부 가족 여러분! 반갑습니다. 오랜만에 인사 올립니다. 유인촌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가 생각납니다. 15년 전 저는 여러분께 한 가지 소망을 얘기했습니다. 도시에 문화가 흐르기를 바란다는 것이었습니다. 앞으로의 60년은 우리 문화를 보이는 것으로, 들리는 것으로 만들자고 했습니다.



여러분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열정 덕분에 장관으로 재임한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문체부는 여러 가지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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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역사박물관, 국립한글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등 문화예술계의 부족한 인프라를 확충하고, 저작권과 콘텐츠산업 발전을 위한 법·제도를 정비했습니다. 소외 계층과 지역을 위한 문화예술 지원도 늘렸습니다. 외래관광객 1천만 명 시대를 여는 초석을 마련하고, 초등학교에 스포츠 강사를 배치했습니다.

당시의 성과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더욱 발전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큰 보람과 감사를 느꼈습니다.

문체부 가족 여러분, 지금 전 세계의 K-컬처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놀라울 정도로 뜨겁습니다. K-팝과 한국 드라마, 영화에 열광할 뿐만 아니라 K-클래식, 무용, 문학, 미술, 게임 등 우리 문화 전반에 세계인들이 주목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더 많은 이들이 한국을 궁금해하고, 한국어를 공부하고 한식을 즐깁니다.

세계적인 영화제와 국제콩쿠르, 대회에서 한국문화와 예술은 눈부신 성과를 보여주고 있으며, K-콘텐츠 수출액은 가전제품의 수출규모를 훌쩍 넘어섰습니다. 이제는 문화로 먹고 사는 시대, K-컬처의 시대입니다.

그러나 빛나는 K-컬처의 이면에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있습니다. AI 등 신기술 확산은 기존 문화예술 생태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으며, 글로벌 OTT 서비스의 급격한 성장으로 장르 간 경계는 허물어지고 전 세계는 콘텐츠 무한경쟁 시대에 돌입하고 있습니다. 급격한 환경 변화 속에서 K-콘텐츠가 더 높은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새로운 어젠다를 설정하고 정책의 새 틀을 짜야 합니다.

우리 문화의 위상이 어느 때보다 높은 이때, 문화 분야를 책임지는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저는 더욱 막중한 책임감으로 이 자리에 다시 섰습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고, 들리지 않는 것을 들리게 하는 ‘문화의 힘’이 문체부를 넘어 전 부처 정책에 녹아들게 하겠습니다.

먼저, 창의적이고 역량 있는 예술인들이 자유롭게 도전할 수 있는 창작환경을 만들기 위해 예술 지원체계를 새로이 개편하겠습니다. 문체부의 기본 소명은 창작자 보호입니다. 단순한 생계보조형 직접지원보다는 창작공간 지원, 공연장 대여 등 간접지원 방식을 통해 예술인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자 합니다.

둘째, ‘지역을 문화로 꽃피운다’는 목표 아래 계층·지역 간 문화 격차를 해소하고 문화가 중심이 되는 지역균형발전을 이끌겠습니다. 과거 장관 재임 시절을 돌이켜보면 가장 아쉬웠던 점은 지역 간 문화불균형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못하고 떠난 것입니다. 각종 문화예술 인프라와 프로그램이 전국 각지와 취약계층까지 도달하는 과정 전반을 살펴보고, 효과성을 높이는 방안을 찾겠습니다.

문체부 청사가 자리하고 있는 이곳 세종을 비롯하여 나주, 원주 등 우리 정책 관련 기관들이 있는 도시들부터 지역주민들이 전시, 공연, 축제 등 다양한 문화를 가까이서 향유할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

셋째, K-콘텐츠가 세계무대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혁신적이고 선제적인 전략을 수립하겠습니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불필요한 규제는 개선하고, 투자 활성화와 해외 진출을 전폭 지원하여 국가전략산업으로서 콘텐츠산업을 집중 육성하겠습니다. 창작자와 이용자가 공정하게 상생하는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하고, 새롭게 대두되는 저작권 등 쟁점에 대해서는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겠습니다.

넷째, 모든 국민이 일상에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생활체육과 학교체육을 활성화하겠습니다. 체육 분야의 낡은 관행을 혁파하고, 엘리트 선수들이 마음껏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훈련 환경을 조성하겠습니다. 특히, 3개월 앞으로 다가온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이 각국 청소년들의 화합의 장이자 문화올림픽이 될 수 있도록 차질없이 준비하여 성공적으로 개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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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문체부 가족 여러분,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변하지 않는 진리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평생 현장을 떠나지 않은 사람으로서 자신 있게 말씀드립니다.

열린 마음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듣고, 균형 있는 시각에서 정책을 추진해야 합니다. 말뿐이 아닌, 현장에서 행동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국민들이 일상에서 직접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정책들을 만들어갔으면 합니다. 이 모든 과정 속에서 우리 문체부 가족 여러분이 함께 마음을 모아 신나게, 재미있게 일했으면 좋겠습니다.

때로는 힘들기도 하겠지만, 우리 문체부 공무원들이 신나고 재미있어야, 우리 국민의 일상도 신나고, 재미있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힘든 일이 있으면 말씀하십시오.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겠습니다.

또한, 조직 내부적으로는 인사의 기본원칙을 확립하고자 합니다. 구성원 다수가 납득할 수 있는 인사를 시행하겠습니다. 인사와 관련하여 불이익을 받거나 억울함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문체부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도록 조직문화 혁신에도 힘쓰겠습니다.

저는 2008년 취임사에서도 여러분에게 약속했습니다. 여러분이 마음껏 한 일에 대해서는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여러분은 소신 있게 맡은 일을 추진하시고, 문체부 공무원으로서 보람과 긍지를 느끼며 일하십시오.

끝으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돈키호테의 대사를 나누고 싶습니다. “이룩할 수 없는 꿈을 꾸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며,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우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잡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잡자!” 제가 끊임없이 도전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가슴을 뜨겁게 해준 구절입니다.

수많은 청년 예술인들과 창의인재들이 그 꿈의 크기를 재지 않고, 현실에 가로막혀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으면 합니다. 여러분의 삶도 그랬으면 합니다. 저도 그 길에 함께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끝>


최수문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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