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시 불안과 고금리 장기화 현상이 겹치자 64조 원대에 머물던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이 순식간에 71조 원을 넘어섰다. 13일 하루에만 7조 원가량 CMA 잔액이 급증하는 등 확실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개인 자금이 안정적 수익을 확보하면서 신규 투자를 모색하는 채널로 CMA에 몰리는 모습이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CMA 잔액은 13일 71조 964억 원에 달하며 전날보다 6조 9197억 원 급증했다. CMA 잔액은 16일에도 779억 원이 더 많은 71조 1743억 원으로 불었다. 이는 지난달 11일(71조 2946억 원) 이후 가장 많은 액수다.
CMA는 투자자가 맡긴 자금을 증권사가 국고채나 양도성예금증서(CD), 회사채 등에 단기 투자해 수익을 내는 상품이다. 시중은행 입출금 통장 금리보다 높은 3.5% 안팎의 이자율을 적용하는 데다 하루만 맡겨도 이자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13일 CMA 잔액 증가분은 두산로보틱스 기업공개(IPO) 청약 증거금이 다시 유입된 지난달 26일(13조 820억 원)을 제외하면 올 들어 가장 많은 수준이다. 신성에스티 공모주 청약 증거금이 13일 환불되기는 했지만 CMA 잔액 증가 폭이 유독 컸다고 금융투자 업계는 놀라워했다.
투자자별로는 개인이 12일 53조 6085억 원에서 16일 60조 5006억 원으로 2거래일간 6조 8921억 원 늘어 전체 증가액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운용 대상별로는 발행어음형이 3조 647억 원, 머니마켓랩(MMW)형이 2조 3294억 원, 환매조건부채권(RP)형이 1조 4397억 원, 머니마켓펀드(MMF)형이 583억 원씩 증가했다. CMA 계좌 수도 16일 3772만 8872개로 늘어나 지난해 말(3591만 2944개)보다 올 들어 181만 5928개 늘었다.
CMA 잔액은 지난해 말 57조 5036억 원 수준에 머물다가 올 들어 고금리 효과를 톡톡히 누리면서 8월 29일 71조 6429억 원까지 증가한 바 있다. 주가지수 상승, 테마주 열풍까지 맞물리면서 증시 주변 자금 성격으로 돈이 유입된 효과도 있었다. 증가 흐름을 보이던 CMA 잔액은 9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기조 장기화 시사 이후 증감을 반복하더니 이달 11~12일에는 64조 원대까지 주저앉았다.
투자 전문가들은 최근 증가한 CMA 잔액이 이전과 달리 증시 외부에서 유입된 투자 대기 자금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분석했다. 각종 악재 속에 증시 주도주, 대형 IPO 등 유망 투자처의 씨가 마르자 당분간 CMA로 안정적인 이자를 받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한 투자자가 늘어난 결과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16일 코스피·코스닥 거래 대금은 각각 8조 3931억 원, 6조 8592억 원으로 올해 하루 평균 매매 액수의 85%, 65%에 불과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증권사들은 CMA 고객 유치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나증권은 올해 말까지 CMA를 개설하는 투자자에게 가입일부터 3개월간 1인당 300만 원 한도로 연 7%의 금리를 제공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