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연일 ‘변화’와 ‘소통’을 외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국민 소통, 현장 소통, 당정 소통을 더 강화하라”며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선거 결과에서 교훈을 찾아 차분하고 지혜롭게 변화를 이뤄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최근 의원총회에서 “내년 총선에서 패배하면 정계 은퇴를 할 각오로 책임지고 뛰겠다”며 변화와 혁신을 약속했다.
여권이 변화와 쇄신·소통을 외치는 것은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지 못하고 국정 동력도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여당이 선거 완패 이후 내놓은 당직 인선 명단을 보면 국민의 눈높이에 한참 모자란다. 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이미 영남 출신으로 선출한 국민의힘이 새 사무총장까지 대구·경북(TK) 출신이자 ‘친윤’ 인사인 이만희 의원을 임명하자 ‘도로 영남당’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환골탈태를 해도 모자랄 판에 쇄신 시늉만 하고 어물쩍 넘어가려는 것이다. 당 안팎에서 “여당이 위기 불감증에 걸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여권은 독선적인 국정 운영과 소통·설득 부족, 경기 침체 장기화 등으로 인해 이번 보선에서 참패했다. 선거 패인에 대한 분석과 반성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혁신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다수의 여당 의원들은 총선을 앞두고 자신의 공천 여부에만 신경을 쓰느라 당 쇄신 문제에 침묵하고 있다. 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는 말로만 변화와 쇄신을 외칠 것이 아니라 직접 행동과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 쇄신은 국민들과 당내 인사들의 절규와 쓴소리를 경청하는 데서 시작돼야 할 것이다. 비상한 각오로 경제를 살리고 민생 현장을 찾아 소통·설득하는 리더십으로 국민들과의 간극을 좁혀나가야 할 때다. 그래야 정부 여당에 등을 돌리고 있는 서민·중산층과 중도층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여전히 하반기에는 경기가 회복된다는 ‘상저하고(上低下高)’를 되뇌는 경제팀도 안일한 자세에서 벗어나 치밀하고 정교한 대책으로 경제 살리기 성과 도출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