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000100)이 세계 3대 암 학회 중 하나인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ESMO 2023)에서 렉라자와 미국 얀센의 이중항체 신약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를 병용 투여한 ‘마리포사(MARIPOSA)’의 글로벌 임상 3상 발표를 앞 두고 주가가 급락하며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장에선 기대감 해소에 따른 매도라고 평하는 가운데 업계 일각에선 공개된 초록에서의 임상 결과가 생각보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18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유한양행의 주가는 전날 종가 대비 1만 100원(13.56%) 하락한 6만 44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별도의 악재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서울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상황을 봐야겠지만 재료 소멸로 인한 하락일 수 있다”며 “최근 지아이이노베이션도 기술 수출 이후 주가가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임상 결과도 좋고 회사 측에 별도의 문제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공개된 연구 초록에서 임상 결과가 생각보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다는 분석도 업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임상 결과는 성공적이지만 기대한 데이터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번 임상에서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군은 항암제 효능 평가의 핵심 지표인 무진행 생존 기간 중앙값(mPFS)이 23.7개월로 타그리소 단독군의 16.6개월 대비 질병 진행 및 사망의 위험을 30% 낮췄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생각보다 렉라자의 병용 투여 mPFS가 좋진 않다”며 “ESMO에서 상세 데이터를 공개할 예정인 만큼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했다.
타그리소·화학 항암 병용은 당시 독립적 중앙 검토위원회(BICR) 평가에서 mPFS가 29.4개월로 타그리소 단독군 19.9개월 대비 9.5개월 가량의 mPFS 연장 효과를 보이기도 했다. 이번 마리포사 임상의 mPFS가 이를 뛰어넘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왔지만 실제로 넘어서진 못했다. 주요 2차 지표 중 하나인 객관적 반응률(ORR)도 병용군 86%, 대조군 85%로 유의미한 차이를 내진 못했다.
다만 전체 생존 기간(OS)은 아직 분석이 끝나지 않았다. 중간분석에서는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군이 타그리소 단독군 대비 20%가량 개선된 효능을 보인 만큼 향후 승부는 OS 지표에서 갈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결국 항암 치료의 핵심은 환자를 끝까지 살리는 것인 만큼 OS에서 보다 확고한 개선 효과를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단 얘기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OS 지표의 승자가 이 시장의 최종 승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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