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60세까지 법적 정년이 보장되지만 정년 이후의 계속고용·재고용 제도가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년퇴직 이후 경쟁이 치열한 자영업으로 진입하거나 재취업, 단기 공공일자리 등으로 내몰린다.
반면 일본은 65세까지 계속고용, 정년 연장, 정년 폐지 등의 형태로 고용이 보장된다. 2021년 4월부터는 70세까지 취업 기회 확보가 ‘노력 의무화’됐다. 한꺼번에 의무화하면 기업의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노력 의무화라는 형태로 법적 권고를 한 것이다. 이치카와 신지로 요코비키 대표는 “일본은 이미 고령자 고용이 당연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고 고령자를 고용하지 않으면 오히려 ‘블랙기업(악덕 기업)’ 취급을 받는다”고 말했다.
다만 일본의 사례를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김명중 일본 닛세이기초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일본은 청년들이 회사를 골라서 갈 수 있는,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지만 한국은 노인 빈곤 못지않게 청년 실업이 심각하다”며 “고령자 고용 확대 정책이 청년 실업과 충돌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수석연구원은 “기업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기간을 주고 장기적으로 정부 보상과 함께 고령자 고용 확대를 추진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결국 기업의 고령자 고용 확대를 유도하기 위한 세심한 정책 디자인이 필수다. 오학수 일본 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 부총괄연구위원은 “일본의 경우 고령자 고용 확대를 위한 조성금 제도를 운영해왔고 임금체계를 개편하려는 기업들을 위해 무료 컨설팅도 지원한다”고 전했다. 조성금 제도는 정년 연장을 위해 기업이 지출하는 비용을 정부가 일정 부분(중소기업은 소요 경비의 3분의 2, 대기업은 2분의 1) 지원하는 제도로 기업들의 자발적인 고령자 고용이 늘면서 조금씩 규모가 축소되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의 이번 일본 취재에 동행한 홍석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상임위원은 “고령자가 사회적 약자라는 인식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어떻게 현장에서 고령자의 생산성을 제고할지, 숙련 인력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쿄=유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