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9일 기준금리를 연 3.50%로 또다시 동결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3%대 후반대로 높아진 데다 가계·기업부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미국 국채 금리 상승 등으로 금융 불안이 커진 만큼 추이를 조금 더 지켜보기로 한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도 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큰 만큼 금리를 인상할 이유가 마땅히 없던 것으로 보인다.
19일 한은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0%로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올해 2월부터 4월, 5월, 7월, 8월에 이은 6연속 금리 동결이다. 미 연준의 정책금리도 5.25~5.50%가 이어지는 만큼 양국의 금리 역전 폭은 사상 최대인 2.0%포인트가 유지됐다.
금통위가 금리를 재차 동결한 것은 물가나 경기 변수가 동결 기조를 바꿔 금리를 인상할 만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7%로 당초 예상했던 것보단 빠르게 상승하고 있으나 내년 말엔 물가 목표 수준(2.0%)에 수렴할 것이란 전망엔 변화가 없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중동 사태 영향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불확실성이 크지만 현시점에서 영향을 판단하긴 이르다고 평가한 셈이다.
올해 경제 성장률이 1.4%가 될 것이란 기존 전망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변수였던 반도체 가격이 보합세로 전환하면서 4분기부터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 내년 상반기까지 반도체 경기 회복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3분기 중국 성장률도 4.9%로 시장 전망치를 웃돌면서 선방했다. 다만 소비 흐름은 점차 둔화하는 만큼 추가 인상 부담은 커졌다.
가계부채가 무서운 속도로 늘어나고 있으나 한은은 이를 통화정책보단 거시건전성정책으로 풀어야 할 문제라고 보고 있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6월 6조 9000억 원, 7월 5조 9000억 원, 8월 7조 원, 9월 6조 1000억 원 등으로 가파른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지난달 금융당국이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조기 공급 중단, 50년 만기 주담대 기준 강화 등 대책을 내놓은 만큼 파급 영향을 살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중요한 변수는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 급등으로 시장 자체가 긴축적인 흐름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18일(현지시간) 4.902%를 기록하면서 2007년 7월 이후 처음으로 4.9%를 넘어섰다. 이에 원·달러 환율도 전 거래일보다 6.4원 오른 1356.0원으로 출발했다. 시장 금리 자체가 긴축적인 수준인 만큼 내달 FOMC에서 미 연준도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이는 점은 한은의 추가 인상 부담을 덜어주는 요인이다.
금리를 동결했으나 이창용 총재는 간담회에서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발언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계부채 증가세 기저엔 주택 매수 심리가 깔려있기 때문에 이를 억제하기 위해서라도 금리를 더 올릴 수도 있다는 신호를 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 불안과 국제유가로 인한 물가 불확실성 등을 고려하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성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