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유증철회 기업 37% 증가…말라가는 상장사 자금줄

지난해 19곳서 올 26곳으로 확대

코스닥 상장기업 비중 80% 달해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글로벌 고금리의 여파로 돈 가뭄이 이어지는 가운데 유상증자를 추진했다 철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회사채나 전환사채(CB) 발행이 여의치 않을 때 최후의 수단으로 선택하는 유상증자마저 어려워지면서 상장사들의 자금 조달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지적했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초부터 이날까지 유상증자 결정 철회를 공시한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는 26개사로 지난해 같은 기간(19개사)보다 약 36.8% 늘었다. 공시 건수 기준으로는 지난해 24건에서 올해 31건으로 약 29.1% 증가했다.





유상증자는 기업이 증권시장에서 투자자들에게 돈을 받고 신규로 주식을 발행하는 자금 조달 방식이다. 올 들어 유상증자 결정을 철회한 곳은 메디콕스(054180)셀피글로벌(068940)·골든센츄리(900280)·디엔에이링크(127120)·쿠콘(294570) 등 코스닥에 상장된 업체가 전체의 약 80%였다. 자금시장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받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유증 철회가 많았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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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증자 계획을 포기한 이유로는 제3자배정 대상자의 납입 의사 철회가 가장 많이 언급됐다. 미디어 플랫폼 개발 업체인 THE E&M(089230)은 회사 대표를 대상으로 20억 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한 후 다섯 차례 납입일을 연기한 끝에 결국 1월 27일 유상증자 결정을 최종 철회했다. THE E&M은 불성실 공시 법인으로 지정돼 제재금 200만 원을 부과받았다.

골든센츄리는 인피니티그룹코리아를 대상으로 120억 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했으나 인피니티그룹코리아의 납입 의지가 없어 5월 3일 유상증자 결정을 철회했다. 에이치엘과 에스앤에프홀딩스를 대상으로 19억 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계획했던 코스닥 상장사 더미동도 8월 17일 같은 이유로 유상증자 철회 공시를 냈다.

이는 글로벌 경기가 둔화하고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투자자 확보가 어려워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올해 증시 여건이 악화하면서 상장사들이 유상증자 공시에 따른 주가 추가 하락을 우려한 점도 원인으로 분석된다. 유상증자 결정은 신사업 추진 같은 기업의 중장기 성장에 보탬이 될 만한 뚜렷한 목적이 없을 경우 주식시장에서 대체로 악재로 분류한다. 올해는 기업이 부채 상환이나 운영자금에 사용하기 위한 유상증자 결정을 공시하기만 해도 그 자체가 재무 사정 악화로 인식돼 주가가 추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용도가 낮거나 부실한 코스닥 상장사들은 은행 대출뿐 아니라 유상증자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런 기업들은 제3자배정이든 주주배정이든 유상증자 결정 자체가 주가 폭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주식시장 여건이 좋지 않을 때는 유상증자 결정을 철회해 위험을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고 평가했다.


성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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