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하마스 메트로





2013년 10월 가자지구와 인접한 키부츠(협동 농장) 주민들로부터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는 신고를 받고 조사에 착수한 이스라엘방위군(IDF)이 가자에서 키부츠 근처로 이어지는 깊이 18m, 길이 1.6㎞의 비밀 터널을 발견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무기 은닉과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위해 가자지구 지하에 건설한 방대한 땅굴의 존재는 그렇게 세상에 드러났다.



외신들에 따르면 하마스가 땅굴을 파기 시작한 것은 2001년 무렵이다. 당초 이집트에서 물자와 무기를 밀수하는 데 활용하다 2006년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완전 장악한 뒤로는 이스라엘 공격을 위한 땅굴 건설이 본격화됐다. 일명 ‘하마스 메트로(지하철)’로 불리는 땅굴은 지하 30m 이상 깊이에 수천 개의 로켓을 비롯한 무기를 비축하고 전기와 연료·통신·철로까지 갖춘 하마스의 ‘지하 요새’다. 2021년 하마스의 주장에 따르면 면적 365㎢에 불과한 가자지구 아래로 서울 지하철의 약 1.5배인 총 500㎞ 길이의 땅굴이 미로처럼 뻗어 있다. 지상전 개시를 앞두고 있는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최대 변수도 바로 하마스 메트로다. 전력은 이스라엘이 압도적으로 우위이지만 하마스가 인질을 방패로 삼아 땅굴을 활용한 게릴라전을 펼칠 경우 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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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 메트로가 북한의 기술을 전수받아 건설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스라엘 안보 단체 ‘알마연구·교육센터’는 북한 무기 수출 회사인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가 레바논의 무장단체 헤즈볼라에 땅굴 굴착 공법을 제공했고 이 기술이 다시 하마스에 전달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북한은 1970년대 이후로 대남 기습 침투를 위해 휴전선 부근에 땅굴을 파며 관련 노하우를 쌓아왔다. 군 당국에 따르면 지금도 대남 침투용 땅굴을 지속 관리하고 있다. 우리 군이 공식 확인한 땅굴은 4개지만 감시·정찰을 피한 제5, 제6의 땅굴이 존재할 공산도 크다. 이스라엘의 첨단 방위망을 무력화한 하마스의 기습 공격은 안보 불안이 상존하는 우리나라에 경종을 울린다. 합동참모본부도 북한이 하마스의 전술을 대남 기습 공격에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느슨해진 안보 태세를 다잡아야 한다.

신경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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