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창업가들에게 투자하면 외부에서 돈을 받기 전에 투자 기회를 선점할 수 있어 매력적입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학생들에게 투자하기 위한 시스템을 고민하고 있죠.”
미국 캘리포니아주 팰로앨토의 스탠퍼드대에서 만난 스탠퍼드매니지먼트컴퍼니의 한 관계자는 스타트업 투자 성공의 비결을 이렇게 얘기했다. 스탠퍼드대 투자를 총괄하는 스탠퍼드매니지먼트컴퍼니는 스타트업과 성장주에 투자해 지난 10년 동안 각종 비용을 제하고도 매년 평균 20%의 수익률을 달성했다. 특히 스탠퍼드 출신이 창업한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과 인스타그램·스냅챗 등에 모두 투자했다.
스탠퍼드매니지먼트컴퍼니는 음식 배달 스타트업 도어대시에도 자금을 댔다. 2013년 1월 스탠퍼드 학생 4명이 만든 도어대시는 같은 해 12월 나스닥에 상장했고 2021년 9월까지 스탠퍼드에 2억 달러(약 2600억 원)의 수익을 안겨줬다. 학교 내 창업 기업은 △적은 투자 금액으로 성공 시 높은 수익 △학생들에게 기회 제공 △학교 경쟁력 제고 등 일석삼조라는 게 스탠퍼드대의 설명이다.
물론 동문에만 투자하는 건 아니다. 철저히 수익성을 따져 가능성이 있다면 과감히 지원한다. 스탠퍼드는 2009년 말 벤처캐피털(VC)을 통해 실리콘밸리 창업 2년 차였던 에어비앤비에 투자했다. 에어비앤비는 2021년 9월까지 스탠퍼드에 7억 달러(9400억 원)의 수익으로 보답했다.
스탠퍼드대뿐만이 아니다. 딥테크(Deep-tech) 분야의 최고 교육기관으로 꼽히는 싱가포르 난양공대는 2015년 ‘NTUitive’를 설립해 재학생들에게 매년 스타트업 설립 지원 자금 1000만 싱가포르달러(약 98억 원)를 투자하고 있다. 매년 14개의 프로젝트에 평균 25만 싱가포르달러(2억 4000만 원)를 지원하는데 딥테크와 헬스케어 분야에는 최대 50만 싱가포르달러(약 4억 8000만 원)의 자금을 제공한다.
이후 성공한 스타트업 지분을 평균 3~5% 확보하고 향후 상장이나 지분 매각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한다. 이미 4곳의 스타트업이 싱가포르와 호주·캐나다·미국 증시에 상장하면서 투자금 회수가 이뤄졌다. 데이비드 토 NTUitive 최고경영자(CEO)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있더라도 스타트업 창업 과정에서 재학생의 30~40%가량은 실패한다”며 “실패를 줄이고 기술이 상용화 단계를 거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이 같은 대학의 스타트업 육성은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고 있다. 스타트업이 기업공개(IPO)에 성공해 성장 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돕고 초기 투자로 확보한 지분을 매각해 차세대 인재 육성을 위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대학들은 창업 지원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스탠퍼드와 UC버클리·컬럼비아대에서 시작된 ‘린 런치패드(Lean LaunchPad·LLP)’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린 런치패드는 과학자와 엔지니어의 독창적인 기술을 상업화해 제품으로 만들거나 사업 모델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인맥도 제공한다. 난양공대는 ‘기업 혁신 프로그램(Coporate Innovation Challenge)’을 도입해 다이슨 같은 글로벌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경영진을 비롯해 실무자와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기업은 초기 인재 발굴이 가능하다. 하버드와 스탠퍼드 출신이 모여 만든 NFX의 제임스 커리어 대표는 “10년 동안 100개의 스타트업에 투자해 한 곳이라도 1000배의 수익을 돌려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 실리콘밸리부터 뉴욕·런던·이스라엘 등 전 세계 투자 인맥(네트워크)을 활용해 성장성을 예측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비리그’에 속한 미 뉴저지주의 프린스턴대도 스타트업 지원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필 머피 뉴저지 주지사가 2020년 뉴저지에 기반을 둔 스타트업에 최대 600억 달러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뉴저지경제회복법에 서명하면서 지역 스타트업 육성에 불을 당겼다. 프린스턴은 2016년 대학의 창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기업가정신협의회(Princeton Enterpreneurship Council·PEC)를 설립했다. PEC는 현재까지 1만 5000명을 상담했고 2억 달러의 외부 투자금을 모았다. 프린스턴대에서 학생과 교수들의 스타트업 지원 업무를 맡고 있는 앤마리 마만 전무는 “이전에는 뉴저지라는 지역을 생각할 때 투자를 떠올리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며 “주 정부 차원에서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시작하면서 대학을 중심으로 창업에 나서려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