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 시간) 중동 이스라엘과 동유럽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승리하는 게 “미국 국가안보에도 필수적”이라며 대규모 긴급 안보지원에 나설 것을 밝혔다.그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웃 민주국가를 전멸시키고 싶어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두 곳에 대한 지원이 세계적 안보와도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우리는 지금 역사적 변곡점에 있다. 지금 우리가 내릴 결정이 수십 년간 미래를 결정할 순간”이라며 15분간 TV 생중계된 연설의 운을 뗐다. 그는 “의회에 우리의 핵심 동맹인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지원을 포함해 긴급 안보 예산을 요청할 것”이라며 “전례 없는 규모가 될 것이며, 이는 여러 세대에 걸쳐 미국 안보에 일정한 배당금을 줄 수 있는 현명한 투자”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임기 중 두 번째로 실시된 TV 생중계 연설을 통해 자국 국민들에게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야 할 이유를 설득하려는 모습이었다. 그는 “미국의 리더십은 세계를 하나로 묶는 것”이라며 “만약 국제적 분쟁이 이어진다면, 갈등과 혼돈이 세계의 다른 곳으로 번져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하마스와 푸틴이 이웃 민주국가를 전멸하려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푸틴의 권력욕을 막지 못하면 위험이 우크라이나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며 “하마스는 세계에 ‘순수하고 완전한 악’을 퍼트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에 대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가져야 한다”며 “아이언돔이 계속 이스라엘 상공을 지키도록 확실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승리한다면 전 세계, 특히 이란의 침략자들이 대담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드론과 무기를 구입하기 위해 북한과 이란에 기대고 있다”면서도 “우크라이나에 미군을 보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직접 지원 규모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AP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행정부가 의회에 요청할 예산 규모가 1050억달러에 이른다고 전했다. 이 중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지원 예산으로 각각 600억달러와 140억달러가 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인도주의적 노력에 100억 달러, 미국-멕시코 국경 관리와 펜타닐 밀매 퇴치에 140억 달러, 대만 등 인도-태평양 지역에 70억 달러를 각각 투입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의 근본적 해법으로서 “두 국가 정책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동등하게 안전하고 존엄하며 평화롭게 살 권리가 있다”며 “가자지구 사람들은 긴급하게 식량과 물, 의약품을 필요로 한다”고도 밝혔다. 또한 “무슬림, 유대인, 나아가 모든 사람에 대한 모든 형태의 증오를 거부한다”며 최근 전 세계적으로 퍼지는 반유대·반이슬람 정서에도 우려를 표했다. 특히 시카고 교외에서 반이슬람 정서의 영향으로 희생된 6세 소년 와데아 알파윰의 이름을 말하기도 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규모 지원 예산안을 편성한다 해도 의회가 동의하지 않으면 실행이 불가능하다. 미 하원은 3주째 의장 공석 상태로 마비돼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사소한 정치 싸움이 위대한 나라로서 우리의 책임에 방해가 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며 의회에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은 이스라엘에 대한 시급한 지원에는 의견을 같이하지만 우크라이나 지원을 놓고는 강경파를 중심으로 반대 의견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