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그룹이 ‘기회의 땅’ 중동에서 2030년께 자동차 55만 대를 판매하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제시했다.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등 14개국을 포괄하는 중동 지역은 현대차·기아(000270)가 반세기 전부터 진출해 대한민국 자동차가 전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곳이다.
현대차·기아는 2030년을 전후로 연간 자동차 판매량 300만 대 돌파가 예상되는 중동에서 55만 대를 판매해 시장점유율 20%를 달성하겠다고 20일 밝혔다.
현대차·기아는 올해부터 연평균 판매량을 6.8%씩 늘려 2030년께 시장점유율을 약 20%까지 끌어 올린다는 구상이다. 현대차가 2032년 35만 대, 기아는 2030년 21만 대 판매를 목표로 삼았다. 지난해 현대차의 중동 시장 점유율은 8%, 기아는 6.2%다.
현대차·기아 올 3분기까지 중동에서 총 28만 1097대를 판매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2% 성장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2020년 26만 8311대로 주춤했다가 2021년 32만 9640대, 지난해 32만 4439대로 이전 판매량을 회복했다. 이런 추세라면 3년 연속 연간 30만 대 판매량 달성이 유력하다.
중동은 현대차그룹과 인연이 깊은 곳이다. 창업주인 고(故) 정주영 선대회장이 이끈 현대건설은 1975년 사우디아라비아 건설 시장에 진출해 ‘20세기 최대의 역사’라고 불리는 주바일 산업항을 성공적으로 지으며 중동 건설 붐이 절정으로 치닫는 데 일조했다. 현대차는 1976년 바레인에 포니 40대를, 기아는 1975년 카타르에 브리사 픽업 10대를 수출하며 중동에 첫발을 내디뎠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중동은 반세기 전부터 진출한 오랜 전통을 가진 자동차 시장”이라면서 “높은 자동차 산업 수요를 바탕으로 기회의 땅으로 부각되는 이곳에서 지속적인 성공 스토리를 써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현대차그룹은 중동에서 자동차 시장 규모가 가장 큰 사우디아라비아에 주목하고 있다. 사우디의 자동차 시장 규모는 2018년 42만 대에서 지난해 64만 대로 52% 성장했다. 같은 기간 역성장한 중동 전체 시장 대비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2030년 이후 사우디 자동차 시장이 2014년(80만 대)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사우디에서 현대차는 약 5만 2000대를 판매해 일본 도요타(11만 4000대)에 이어 완성차 판매 2위를 기록했다. 기아는 약 2만 1000대를 팔아 3위 닛산(2만 3000대)를 바짝 쫓고 있다. 상반기 사우디 판매 상위 3개 차종은 현대차의 경우 아반떼·엑센트·크레타, 기아의 경우 페가스·K5·스포티지였다.
현대차·기아는 중동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성장을 가속하기 위해 향후 전기차 비중을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현대차는 올해 6개 차종인 전기차 라인업을 2027년까지 2배 이상 늘린다. 2032년에는 중동 지역에서의 전기차 판매 비중을 15%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기아도 전기차 비중을 올해 4종에서 향후 11종까지 늘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