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갈륨·게르마늄에 이어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인 흑연을 수출 규제 품목으로 지정했다.
흑연은 2차전지의 음극재 핵심 소재로 중국 의존도가 90%에 달하는 한국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반도체 규제 강도를 높이는 상황에서 맞대응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상무부와 해관총서(세관)는 20일 ‘흑연 관련 항목 임시 수출통제 조치의 개선·조정에 관한 공고’를 발표했다. 수출통제는 올 12월 1일부터 시행된다. 수출통제 대상이 된 품목은 △고순도(순도 99.9% 초과), 고강도(인장강도 30Mpa 초과), 고밀도(밀도 ㎤당 1.73g 초과) 인조흑연 재료와 제품 △구상흑연과 팽창흑연 등 천연 인상흑연과 제품이다.
중국 상무부는 “기존에 임시 통제됐던 구상흑연 등 고민감성 흑연 품목 3종을 이중 용도 품목(민간 용도로 생산됐으나 군수 용도로 전환 가능한 물자) 통제 리스트에 넣는 것”이라며 “이미 관련 국가·지역에 변경 조치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어 “특정 흑연 품목에 대한 수출통제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방식으로, 중국은 세계 최대의 흑연 생산국이자 수출국으로서 장기간 비확산 등 국제적 의무를 확고하게 이행해왔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인조흑연의 87%, 천연흑연의 72%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중국이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갈륨·게르마늄 관련 품목의 수출을 올 8월부터 통제한 데 이어 흑연까지 틀어쥔 것은 미중 갈등 상황에서 핵심 광물을 무기화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이에 국내 기업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현재 흑연의 재고 물량이 남아 있어 단기적으로는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장기화될 경우 배터리 생산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기업이 흑연을 수출하기 위해서서는 중국 상무부에 신청을 하고 허가를 받아야 하는 만큼 조달 기간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수출이 허가되더라도 수출 심사가 복잡해지는 만큼 기존보다 흑연의 조달 절차가 약 2~3주는 더 소요될 것”이라며 “본격적으로 통제가 시행될 경우 규제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예의 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