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금리 장기화의 공포가 금융시장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19일 1.9% 떨어진 데 이어 20일에도 1.69% 하락하며 2375.0으로 마감했다. 코스피가 2400선을 밑돈 것은 올 3월 이후 7개월 만이다. 원·달러 환율은 소폭 내렸지만 여전히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고채 금리도 연중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미국·유럽·중국·일본 등 주요국 금융시장도 주가 하락 등 ‘긴축 발작(taper tantrum)’ 증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19일 글로벌 금융 위기 직전인 2007년 7월 이후 16년 만에 처음으로 5%를 넘어선 충격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 금리의 기준점인 미국 국채 수익률이 올라가면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지게 된다. 이미 7월 말 미국과의 기준금리 역전 폭이 사상 최대인 2.0%포인트까지 벌어지자 외국인 증권 투자 자금은 8월과 9월 각각 14억 3000만 달러, 17억 달러 순유출됐다. 미국의 경제 호조와 신(新)중동전쟁 확산 등으로 미국 국채 금리가 더 오르면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수 없다. 금리 인상은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 상승, 가계의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 증가와 소비 위축 등을 초래하고 회복세가 미미한 실물경제에도 타격을 입히게 된다. 일각에서는 고금리·고물가 파고 등이 증폭되면 우리 경제가 경기 침체 속에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온다.
경제·금융 수장들은 위기의식을 갖고 서둘러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은행 등 이른바 ‘F4’ 수장들은 과거 금리정책과 은행권 예대금리차, 부동산 대출 규제 등을 놓고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정책 엇박자 논란을 부른 바 있다. 이제라도 긴밀한 정책 공조를 통해 금융시장의 동향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위기 관리 시스템을 꼼꼼하게 재점검해야 한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새마을금고 연체율 급증, 다중 채무자 연쇄 파산 등 일부 ‘약한 고리’가 금융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또 최후의 방어벽인 외환 보유액 확충을 위해 민관 합동으로 수출 확대를 위해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