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3월 광주의 한 제조업체 내 빈 사무실. 청색 테이프로 의자에 결박된 A씨는 머리에 박스가 뒤집어 씌워진 채 여러 명에게 무차별적 폭행을 당했다. 영화 속 한 장면 같지만 직장 내에서 벌어진 실제 이야기다. 가해자들은 A씨의 직장 동료였다. 이들은 담배를 피우다가 A씨 생일이 지난 주말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범행을 모의했다. 근무시간이었으나 이들은 A씨를 폭행하기 시작했고, 이는 장시간 이어졌다. 특히 폭행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해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공유하며 조롱거리로 삼았다. 사회 초년생인 A씨는 월요일 출근부터 지옥을 경험해야 했다.
폭행은 A씨가 이 업체에 근무한 3년 내내 이어졌다. A씨의 직속상관인 B씨는 가해자들 중에서도 폭행을 주도한 인물이었다. B씨는 A씨를 수시로 괴롭히고, 공업용 바늘로 팔 등을 10여 차례 찌르는 등 상습적으로 폭행을 일삼았다. 앞선 ‘생일빵’ 사건을 주도한 것도 B씨였다. A씨는 회사에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하고 수 차례 도움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에게 돌아온 답은 “참으라”는 말 뿐이었다. 주변에서 목격한 동료들도 여러 명이었지만 모두 이를 묵인했다.
참다 못한 A씨는 사직서를 내고 B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검찰은 B씨를 특수폭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재판 과정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B씨가 혐의를 전면 부인했고, 증인으로 출석한 동료마저 A씨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이들은 “과장됐다” “장난이었다”며 B씨 입장에서 일방적인 진술을 이어갔다. 지난 4월 광주지법은 B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B씨가 항소를 포기하면서 형은 그대로 확정됐다.
사건은 이렇게 마무리 되는가 싶었지만 직장 동료들의 진술에서 뭔가 이상한 점을 느낀 검찰은 추가 수사에 나섰다. 수사 결과, 재판에서 증언한 직장 동료들 역시 가해자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폭행에 가담한 인물은 B씨 등 총 6명으로 이들 중에는 A씨의 입사 동기도 포함돼 있었다. 사건을 담당한 허창환(사법연수원 43기) 광주지검 공판부 검사는 “A씨가 고소를 결심하면서 B씨를 제외한 다른 동료들의 폭행은 그냥 잊고 지내려고 했지만 거짓 증언을 하는 것을 보고 분노했다”며 “‘생일빵’이라고 적힌 카카오톡 대화방의 사진 한 장이 추가 범행을 밝혀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나머지 가해자들을 상대로 수사를 진행해 법정에서 허위로 증언한 사실을 밝혀냈다. 수사를 통해 이들이 가담한 다른 폭행도 여러 차례 드러났다. 현재 가해자들은 공동폭행, 위증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B씨 역시 추가 범행이 드러나 다시 한 번 재판대에 서게 됐다.
허 검사는 “가해자들은 “장난이었다”며 범행을 부인하고 있지만 장난으로 보기에는 심각한 수준의 범죄행위였다”며 “법정에서 허위로 증언한 나머지 가해자들 역시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혐의 입증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서울경제는 해당 기사로 인해 피해자가 2차 가해 등 아픔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익명 처리하는 한편 사건 내용도 실제와는 조금 다르게 각색해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