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대통령 하는 거 보면 ‘아니다’ 싶어요. 초창기에는 잘 이끌 것이라 생각했는데 경제고 통합이고 대통령이고 말한 대로 된 게 뭐 있답니까. 여당은 대통령이 하라는 대로 하는 게 틈으로 다 보입니다. 그러니 존재감이 없지요.”
대구 서문시장에서 18년째 곡물 가게를 운영하는 상인 이 모 씨는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이렇게 대구·경북(TK) 민심을 전했다.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절대적 지지(75.1%)를 보낸 TK 주민들이지만 ‘정쟁 난무, 민생 뒷전’ 정치에 출렁이는 민심의 현주소를 체감할 수 있었다.
냉랭한 민심은 팍팍해진 살림과 연관이 깊었다. 70대 택시기사 강 모 씨는 “(팍팍해진 경제로) 먹고살기 바쁜데 경제·사회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수사 문제를 (정치 현안으로) 우선시하는게 맞느냐. 수사는 조용히 진행하면 될 일인데”라고 질책했다. 특히 그는 휴대폰 단체 대화방을 보여주며 “이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빨갱이 논쟁’이 팍 심해졌다”고 푸념하기도 했다. 서문시장에 장을 보러 온 30대 이 씨 부부는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를 언급하며 “전쟁에 물가 뛰고 난리가 났는데 (당정은) 이념 전쟁 하느라 바쁘다”며 “경제를 살리겠다고 해서 뽑아놓았는데 정작 받은 일자리·주택 혜택은 하나도 없다”고 성토했다.
국민의 일꾼이 아닌 용산의 심부름꾼처럼 비치는 여당에 대한 실망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특히 수십 년간 대구가 ‘보수의 심장’ 역할을 해줬지만 섬유의 명맥을 이을 신산업 하나 육성하지 못한 여당에 대한 심판 심리도 엿보였다. 경북에서 나고 자랐다는 경북대 경제통상학과 4학년 이 모 씨는 “대구에는 일자리가 없어 사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친구들은 다 서울행”이라며 “젊은 층의 불만을 표출하고 싶어 총선에서 제3당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물론 “대구 시민에게 보수는 본능과 같다”며 당에 애정 어린 충고를 전해달라는 시민도 있었다. 섬유 업체를 운영하는 조 모 씨는 “여당이 쪽수로 못 싸우니 지금도 (야권에 책임 전가하려고) ‘문재인 정부’ 핑계를 댄다. 비전으로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해야 할 때”라며 대통령실 참모진의 TK 출마설을 두고는 “대통령실 명함 하나로 승부를 볼 자신이 없으니 쉬운 길을 찾는다. 험지로 가라”고 꾸짖었다.
여권 일각에서 제기된 정계 개편 시나리오에는 대체로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60대 박 모 씨는 윤 대통령의 신당설에 대해 “그게 되겠느냐”며 “정치 경험이 짧은 윤 대통령이 영입하는 인물이 대체로 검사일 텐데 야당이 물고 뜯었던 ‘검찰 공화국’대로 가는 셈”이라고 냉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