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일찍 출근하며 제빵사의 꿈을 키웠던 스물셋 꽃다운 나이의 청년이 6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하늘의 별이 됐다.
23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정희수(23·여) 씨가 최근 고대안암병원에서 심장을 비롯해 폐와 간, 신장을 양쪽 다 기증해 6명을 살렸다.
정 씨가 갑작스럽게 집에서 쓰러진 건 지난 7월 말. 즉각 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았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뇌사상태가 되었다.
회생 가능성이 없다는 의료진의 말을 처음 접한 정 씨의 부모는 어린 자녀를 다시 볼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딸을 살릴 수 있다면 심장이라도 주고 싶은 심정이라며 괴로워 했지만, 세상에 왔으니 빛과 소금처럼 좋은 일을 하고 간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증을 결심했다고 한다. 어디선가 딸과 같이 아파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도 품었다.
정 씨는 서울에서 2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가족들은 정 씨가 집에서 가족들과 있을 때는 밝고 쾌활했지만, 부끄러움이 많았다고 기억한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묻는 말에만 대답하면서도 가족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라 정이 많았고 남에게 베풀길 좋아했다. 평소 제과, 제빵에 관심을 갖더니 고등학교 졸업 후 바리스타 일을 하며 제빵사의 꿈을 키웠다. 직장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은 사회초년생으로, 아침 7시까지 출근하면서도 지각 한번 하지 않을 정도로 성실하게 생활했다.
정 씨의 어머니 김혜정 씨는 “세상에서 가장 착한 아이, 희수야. 아빠, 엄마, 언니에게도 너무나 소중한 아이였지만 하나님이 하늘에 천사가 필요했나봐. 우리 희수 짧은 23년을 살다 갔지만 엄마 아빠 언니의 마음속엔 영원히 잊지 않고 함께 하자. 엄마가 너무 사랑하고, 영원히 우리 딸 잊지 않을게. 엄마 딸로 태어나줘서 고마워”라며 목 놓아 울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문인성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꿈을 미처 다 펼쳐보지도 못하고 떠난 기증자 정희수 님과 다른 아픈 이를 걱정하는 마음에 기증 결심을 해주신 기증자 유가족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따뜻한 마음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기증원 모두가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