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단독] "가계빚 줄이자"…내년 정책모기지 예산 '0'

금융위, 주금공에 출자 않기로

한은, 관련예산 아직 논의안해

수요 증가·조달비용 등 부담도

주금공 "자체 재원으로 사업 가능"





정부가 내년에 특례보금자리론 등 주택금융 관련 출자를 하지 않고 추이를 지켜보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예산을 편성하지 않기로 했다. 올해 한시적으로 실시한 특례보금자리론 등 주택 관련 정책금융이 부동산 가격 반등 및 가계부채 증가를 자극한 원인으로 지목된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특례보금자리론 신청액이 공급 목표치를 초과한 상황에서 내년 한국주택금융공사에 정부 출자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주택 관련 정책금융의 축소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5일 국회에 제출된 금융위원회의 ‘2024년 예산안’ 및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금융위의 주택금융 관련 출자 예산이 내년도 예산안에서 전액 삭감된 것으로 확인됐다. 연말 자체 예산 심사를 앞둔 한국은행에서도 관련 예산 논의는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와 한은은 올해 특례보금자리론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주금공에 각각 1668억 원, 2300억 원을 출자한 바 있다. 주금공법은 주금공이 적정한 지급보증배수(지급보증 잔액/자본)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와 한은이 출자를 통해 자본금을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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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주택금융 관련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것은 2020년 이후 4년 만이다.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앞둔 국회에서도 관련 예산이 추가로 배정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여야는 물론 정부 내에서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는 특례보금자리론이 건전성 리스크를 확대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되면서 예산 반영의 필요성이 줄었다는 설명이다. 권대중 서강대 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특례보금자리론을 다시 출시하지 않고 정책 모기지의 규모를 줄이며 가계대출을 장기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기조로 보인다”며 “현재는 정책 모기지의 안정적인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예산 삭감으로 주택 관련 정책금융이 축소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정책 모기지 수요가 증가하면서 주금공의 지급보증액이 급증하는 점이 부담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금공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주금공의 지급보증 잔액은 155조 634억 원으로 2019년 1분기 이후 최대치를 경신했다. 특례보금자리론의 경우 출시 8개월 만인 지난달 말 기준 공급 목표치인 39조 6000억 원을 돌파하며 관련 재원이 모두 소진됐다. 조달 비용 증가에 따른 역마진 문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달 24일 주금공이 발행한 주택저당증권(MBS)의 가중평균 발행금리는 5.1%를 기록하며 올해 최고치를 넘어섰다. 주금공의 MBS 발행금리가 5%를 넘긴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11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는 특례보금자리론 우대형 금리인 연 4.25∼4.55%보다도 높은 수준으로 비용 부담이 커졌다.

이에 대해 금융위와 주금공은 내년 보금자리론 등 주택금융 사업을 이어가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주금공은 MBS 발행 등을 통해 지급보증배수인 50배 이내까지 정책 모기지를 공급할 수 있는 만큼 아직 추가 발행 여력이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하반기 정책금융에 대한 강한 수요가 지속될 경우 주금공 자체의 재정 여력은 악화될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돈이 덜 들어가면 사업 규모가 줄어들 수는 있다”면서도 “(주금공) 자체 재원이 있는 만큼 정부로부터 돈을 받지 않아도 주택금융 사업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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