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있는 정부 사업 10개 중 8개의 예산이 감액되거나 아예 내년도 예산안에서 제외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2024년도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서 및 기금운용계획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온실가스감축인지 대상 사업 288개 중 내년도 예산에서 전액 삭감됐거나 일부 감액된 사업은 총 226개로 나타났다.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있는 정부 사업 중 78.4%의 예산이 깎였다는 것이다.
온실가스감축인지예산은 우리나라 예산이 기후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그 결과를 향후 예산 편성에 반영하는 제도다. 다만 모든 재정사업의 온실가스 배출·저감 효과를 따지는 건 아니다. 국회에서 관련 제도 도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감축사업’으로 대상을 한정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온실가스감축인지 대상 사업은 사실상 정부 예산 사업 중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있는 프로젝트를 뜻한다.
온실가스감축인지 대상 사업 중 올해 대비 내년도 예산이 일부 삭감된 프로젝트는 총 164개로 전체(288개)의 56.9%에 달했다. 아예 내년도 예산안에서 빠진 사업도 62개로 전체의 21.5%를 차지했다. 액수로 보면 일부 감액된 사업에서 1조 3669억 원의 예산이 줄었다. 전체 삭감된 사업은 총 5593억 원에 달한다. 두 액수를 합치면 내년도 예산안을 짜는 과정에서 1조 9292억 원의 온실가스 감축 사업 예산이 줄어든 셈이다.
다만 올해 대비 예산이 동결됐거나 늘어난 사업 62개에선 예산액이 7991억 원 증가했다. 이를 고려하면 실제 온실가스감축인지 대상 사업의 총 예산 감소액은 1조 1301억 원이다.
이러다 보니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는 정부 사업의 기대 온실가스 배출량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정부는 2023년도 예산안을 짜면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총 2871만 7000톤 감축하겠다고 했는데, 2024년도 예산안의 경우 이 규모가 2343만 7000톤으로 18.4% 감소했다.
‘정량사업’이 조정된 영향이 컸다. 온실가스감축인지예산은 크게 △정량사업(감축량 계산이 가능한 사업) △정성사업(감축량 계량이 곤란한 사업) △연구개발(R&D) 사업(연구 성과가 상용화될 경우의 감축 효과를 추정해야 하는 사업)으로 나뉜다. 이 중 정부는 감축량을 실제 측정할 수 있는 정량사업을 바탕으로 예산 집행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시한다.
정량사업 중에선 총 49개 사업이 내년도 예산안에서 감액·제외됐다. 이들 사업에서 줄어든 예산은 8596억 원이다. 이 사업의 2023년도 예산안상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1994만 6000톤이다. 같은 해 전체 목표치의 69.4%에 달한다. 그러나 2024년도 예산안에선 1284만 8000톤으로 35.6% 감소했다. 장혜영 의원실 관계자는 “2030년까지 659만 8000톤을 누적 감축할 수 있는 사업의 예산이 제외되거나 감액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내년도 예산안에서 아예 빠지거나 규모가 줄어든 정성사업은 33개(감액 규모 4396억 원)로 조사됐다. R&D 사업 중에선 144개 사업이 감액·제외돼 여기에서 총 6300억 원의 예산이 줄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국가재정 운영이 탄소중립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배출사업은 제외하고 감축사업만 포함한 현행 온실가스감축인지예산제는 국가 재정의 온실가스 감축 기여도를 평가할 수 없는 근본적인 한계가 존재한다”며 “감축사업으로 한정한 현행 제도에서 그나마 평가가 가능하려면 최소한 신규사업, 종료사업, 감액사업 현황과 온실가스 감축 목표 변화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